"우와, 재밌겠다."

언젠가 국어 선생님께서 중1 교과서 수록 작품이 담긴 책을 빌려 주신 적이 있었다. 참 재미있어 보였던 나는 집에 가자마자 읽어 보았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김유정 작가님의 '동백꽃'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릴 때 타자 연습을 하며 처음 접하게 된 '동백꽃'은 아직도 즐겨 읽고 있다. 그리고 이번엔 독후감을 써 보려 한다.
마름의 딸 점순은 소작농의 아들 '나'에게 관심을 표현한다. '나'에게 감자를 내밀며 "느 집엔 이거 없지?"하고 약을 올리고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퉁명스럽게 대한다. 나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다시 읽어보았을 땐 점순의 귀여운 행동에 실실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점순은 속이 상해 자신의 닭과 '나'의 닭을 보란 듯이 싸움을 붙여놓거나 '나'의 닭을 때리기도 했다.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소작농이라 점순네가 없으면 먹고 살 수가 없으니 항상 참았다.
그러나 보는 나까지 화가 날 정도로 점순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다. 어느 날은 참다 못한 '나'가 자기 닭에게 고추장을 먹여 점순의 닭과 싸움을 붙였다. 어디서 들어 왔는지 기운이 뻗친다 하며 닭에게 고추장을 먹이는 '나'의 모습이 참 순진해 보였다.
그러나 잘한다 싶으면 닭은 더 맞아서 피를 흘려왔다. 한 번은 '나'가 나무를 하고 내려오는데 닭이 점순 앞에서 거의 죽을 지경에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홧김에 그만 점순네 닭을 패서 죽이고 만다.
그러나 점순은 툴툴 대면서도 '나'가 닭을 죽인 것을 비밀로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둘 다 노란 동백꽃 속으로 쓰러져 버린다. 이것은 아마도 갈등 해소와 사랑을 의미하는 것 같다.
어릴 때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빙빙 돌려 말하고 일부러 툴툴대던 기억이 난다.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지만 그때의 나처럼 이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때 타지 않고 순수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그리고 생생한 말투와 사투리도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더해 주었다. 점순이가
"이 바보 녀석아!"
"얘! 너 배냇병신이지?"
"얘! 너 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라고 말했던 장면이 있었다.
얼핏 듣기로는 심한 말 같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나'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 그랬다는 것이 느껴져 귀여웠다.
점순과 '나'가 갈등을 겪은 원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분차이를 들 수 있다. '나'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이고 점순은 마름의 딸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두 사람의 성향차이 때문이다. 점순은 이성에 눈을 뜨고 활달한 성격인 반면에, '나'는 아직 이성에 관심이 별로 없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사랑에 유독 시행착오가 많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결국은 사랑을 이루게 되어 더 아름답고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점순은 소작농의 아들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나'를 사랑한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 후 의문이 생기는 점도 있었다. 책을 읽고 찾아보니 빨간 동백꽃도 아닌 노란 동백꽃은 땅이 아닌 나무에서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김유정 작가님은 왜 점순과 '나'가 노란 동백꽃 속으로 파묻혔다고 했는지, 혹시 다른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책을 쓰실 때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시대인 1930년대라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태평한 분위기라 놀랐다.
중학생이 돼서 읽어본 '동백꽃'은 예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더 커서 읽는 '동백꽃'은 어떨까?
나에게도 점순에게처럼 좀 어수룩하지만 유쾌하게 '동백꽃' 속으로 함께 푹 파묻힐 사람이 나타날까? 이 이야길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