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제품 가격을 정할 때) 다른 나라에서 얼마에 판매 되는지 비교하지는 않는다. 그 나라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가격으로 결정한다는 게 이케아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거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란 말인가.
게다가 이케아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동해 표기 문제로 날이 서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동해를 일본해라고 인쇄한 지도를 감히 우리나라에 팔려고 버젓이 내놓은 기업이다. 물론 지도 판매를 철회하겠다했지만,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짓을 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케아 광명점이 개점한 첫날 2만8000명이 몰렸고 업계에선 이케아 연간 한국 내 매출액이 5000억을 넘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의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기업 제품을 구입하고자 몰리는 우리들이다. 이쯤 되면 어떤 코미디언의 유행어처럼 "우린 봉이야"를 외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사실, 이케아만 뭐라고 할 필요는 없다. 한국에만 들어오면 유독 비싼 가격이 붙는 물건이 어디 한 두 가지인가 말이다. 화장품·가방·의약품 심지어 초콜릿까지도 한국에 들어오면 비싸진다. 판매사들은 유럽에서 물건을 들여오느라 물류비 때문에 비싸진다고 변명하는데 그럼 아시아 모든 국가에서 다 같이 비싸야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더 비싼 이유는 뭔가.
그들이 그렇게 비싸게 물건 가격을 받아도 될 만큼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인가? 아니다. 우리는 빚쟁이들이다. 국민 1인당 갚아야할 빚이 천만원이 넘고, 이자만 1인당 76만원을 갚아야 한단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 물건을 팔 때 유럽의 일부 국가들에서는 한국으로 물건을 팔 때는 일부러 더 비싼 가격을 붙인다고 한다. 일명 고가 정책이다. 왜 그런가?
우리는 찢어질 듯 가난한 시대를 겪은 사람들이다. 아마 이것은 그 시절에 생긴 일종의 가난 트라우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막 농업국가에서 벗어나 아직 제조업이나 공업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 모든 것이 부족하고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 해외에서 물 건너 온 제품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 내가 그 정도의 능력이 된다는 것을 주변에 자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물건을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우러러 존경해마지 않았던 가난한 우리들.
이런 숨은 심리적 열등 의식들이 모여 수입품의 가격을 다른 나라의 두 세배로 뛰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빈약한 자아상이 우리 자신을 호갱(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 이제 풍족하고 살만해지지 않았는가. 우리의 상품들은 외국 어느 나라 못지않게 좋은 품질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 외국에 나가 잠시 지낼 때면 우리의 생필품들이 아쉬울 정도로 우리의 제조기술은 발전했다.
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이 아쉬웠던 그 시절도 지났건만 언제까지 우리는 서양인들의 '봉' 노릇을 해야 하는가. 이제 이 사슬을 끊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바라건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은 좋은 품질에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지 않으면 한국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명품 제조사들은 한국에서만은 저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