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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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1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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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훈/계간 '문장21' 발행인·'월간문학' 등단(64회)

가슴 깊숙이 박혀
뽑아도
또 뽑아도
다시 자라는
미운털
하나
눈물이 난다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발행인 최철훈 시인의 시집 '울긋불긋 가렵다'(2010)에 실린 시이다. 전업 작가의 어려운 체험적 삶을 형상화한 짧은 시이다.
 최 시인은 간혹 "말이 좋아 전업 작가지 백수와 다름없는 생활을 오랫동안 체험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는 가슴으로 읽어야 제맛이 난다. 시인의 체험적 삶의 결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짧은 시는 시인이 전업 작가로서 한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힘겨움과 절박함을 체험한 심정을 그대로 수렴해 시화한 것이다. 시적 화자의 진술을 스치듯 읽어 보아도, 미운털이 박히면 좀처럼 뽑히지 않는다는 인생의 이치가 녹아 있다. 그 '미운털/ 하나'는 '가슴 깊숙이 박혀' 있어 '뽑아도/ 또 뽑아도' 자꾸만 잡초처럼 '다시 자라'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떨치려 해도 떨칠 수 없는 상처 하나쯤은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산다. 그 상처가 때로는 미운털처럼 덧나기도 한다. 상처가 유난히 깊은 사람이 이 시를 읽는다면, 시적 화자가 '눈물이 난다'라고 진술한 것처럼 진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누구나 하나쯤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미운털, 하나씩 뽑아내어 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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