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전날인 지난 24일 홍콩에서는 은행 현금수송 차량의 뒷문이 열리면서 우리 돈으로 약 22억원 정도의 지폐가 바람에 휘날리며 하늘에서 눈처럼 쏟아지는 '크리스마스의 돈벼락' 사건이 있었다. 되돌아온 건 우리 돈으로 약 5억 원에 불과했다. 22%의 양심이다.
며칠 전 1월1일 새벽, 상하이 와이탄(外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새해맞이 행사를 하던 중 한 빌딩옥상에서 달러를 뿌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행사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이날 밟혀 죽은 사람이 36명이요, 부상자는 47명이라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알고 보니 달러가 아니라 어느 술집의 상품권이 빚어낸 소동이었다.
지난달 29일 낮 1시쯤 대구에서는 고물상을 하는 할아버지가 평생 모은 돈을 정신장애인인 손자에게 물려줬는데 손자는 돈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을 알면 다른 사람이 죽일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받은 돈 중 약 800만원의 돈을 횡단보도에서 뿌리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러 뿌린 돈은 소유권을 포기한 것이라서 주워도 되지만 사정이 딱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연을 알고 나서 '대구의 양심'을 걸고 되돌려 주자는 여론이 일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5일까지 불과 200만원만 회수되는데 그쳤다. 25%의 양심이 있을 뿐이다.
미국의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미화 50달러 상당의 자국 지폐, 신분증 2매, 사진, 전화번호가 든 지갑을 떨어뜨려 놓고 나라별로 회수율을 조사했는데 주인에게 되돌아온 건 평균 56%, 한국은 70%로 4위였다.
그러나 여러 번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한 번도 돌려받은 적이 없는 경험으로 미뤄 오히려 대구의 25% 양심이 우리의 현주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