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은/시인. '문장21' 등단
아침 햇살 창을 두드릴 때
커피 한잔의 행복
혈관을 타고 온몸을 적시는 날
외로움에 지친 영혼
헝클어진 삶에 허우적거린다.
안간힘 다해 신열을 토해 내면
무엇 하나 헛된 것 없는 은총
실낱같은 동아줄을 붙들고
구원열차에 오른다.
그래도 태양은 뜨고 저문다.
·시 읽기: '문장21' 27호(2014·겨울호)에 실린 시다. 시인은 현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있다. 먼 타국에 살고 있지만, 시인의 감성은 동서양의 거리가 없는 듯하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T. S. 엘리엇의 '커피 한 잔을 젓는 것으로 내 인생을 잰다'라는 시구가 떠오른다. 아마도 홍 시인도 미국 생활을 하면서 아침 커피 한잔에 인생을 재어 보며 행복감을 만끽하는 듯하다. 시적 화자는 아침 햇살이 창을 두드릴 때쯤, '커피 한 잔의 행복'을 느낀다. 그 행복감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적시는 날'에는 먼 타국에서의 외로운 삶에 지친 시적 화자의 영혼이 커피 잔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외로움도 '실낱같은 동아줄을 붙들고/ 구원열차에 오른다'라는 시구에서 보듯, 신앙심으로 이겨내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결행에서 시적 화자가 '그래도 태양은 뜨고 저문다'라며 내일의 밝은 희망을 향해 긍정적인 삶을 다짐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따뜻한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인생을 재어 보는 여유를 즐겨 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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