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내가 아무리 아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읽어줘도 깊게 상처받은 마음을 제대로 어루만져 줄 수는 없다. 그러면 나는 이 책의 '도토리 두 알'이라는 시를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 한 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 멀린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 울지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모두 내가 아끼고 사랑해야 할 아이들이다. 크고 윤나는 도토리를 볼 때는 한없이 가엽고 가슴이 아프다.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경쟁하고 비교 당하며 살았을까 하고 생각하면 어른으로, 교사로서 참 미안하다.
그리고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볼 때는 내가 해줄 게 얼마 없어 미안하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로 살아오면서 받은 멸시와 차별, 그리고 수많은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나의 부족함을 탓한다.
그러면서 난 생각한다. 크고 윤나는 도토리는 자신의 크고 빛남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생각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고 싶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는 자기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비교하도록 해 언젠가는 멋진 참나무가 될 수 있다는 한없는 희망을 주고 싶다.
난 오늘도 크고 윤나는 도토리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속에서 살고 있다. 나와 함께하는 도토리가 더 크고 빛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싸우는 존재가 아니라 한 그루 한 그루 의미있는 올곧은 참나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함께 어울려 멋진 참나무 숲을 만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