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천으로 배어드는 슬픔이야 그냥 깔면 눈물바다가 되겠지. 그래도 우리들은 가슴의 벅찬 온기 하나라도 숨 닿도록 앞만 보고 내달리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지난 한해 참담한 일이 너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세월호 참변'은 온 국민의 가슴을 얼게 한 일로, 결코 지워지지 않을 일이다. 250명의 꽃다운 학생들의 생령들이 어른들의 해이된 일상생활로 환란을 입게 되었음을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지난해 2월28일 경주에서 신입생 환영 행사장 구조물 붕괴로 일어난 128명의 부상과 9명의 사망도 세월호의 참상을 겪은 우리들에게 있었다.
인명피해의 재난 못지않게 윤리 도덕 나아가서 인간성이 완전히 팽개치고 있는 작금의 현상은 한 성인장년 정형근의 치정적 충동에 의한 할머니 살해사건(12월20일), 어머니와 친형을 토막내 살해한 아들(29, 2013. 6월), 어머니의 학대로 이에 살해를 저지른 학생, 군 병영에서는 지난해 4월 선임병의 폭행이 윤 일병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일, 이 모두 우리들에게 내재된 비인간성의 한 부분일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유치원 교사가 4살 난 아동의 머리를 때려 패대기를 친 일(1월18일),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가 만연한 현주소는 어디인가?
그러면 지난 한 해를 행복의 알갱이로 달구어준 불씨는 없었던가? 우리들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미담도 많다. 밧줄 하나로 생계의 고층건물 벽을 타던 간판공 이승선(51)씨는 화마의 현장에 뛰어들어 10명의 인명을 구했다. 누군가가 이 의인(義人)에게 돈을 전달했으나 그는 인간으로서 할 일을 했다며, 그 돈을 받지 않았다. 이 돈이 3천만 원인 것을 알았을 때, 그는 3억 원이라고 하더라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연말 독도에서는 탈북자 합창단 콘서트가 열렸다. 이승철 가수- 천애 절도, 동해의 독도, 우리나라 땅 우리 섬- 여기에는 이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백의민족의 수난의 역사를 늘 응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탈북자의 오해도 설움도 모두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독도. 합창 단원 역시 비록 음악을 잘하지 못하여도 오랜 시련과 고뇌와 냉철한 의지 하나로 뭉쳐 꿈을 이루어가는 노력이 바로 독도 정신이다. 그래서 탈북자 합창단의 독도 콘서트에서 부른 '그날에..' '홀로아리랑'의 하모니가 세계의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금년은 양띠 해가 아닌가? 음양오행설에는 양띠 해를 목민관의 치성에 비유한다. '갑을' 관계의 지배자가 잘해서가 아니라 순종하는 '을' 신분에서도 결코 비감하지 않고 만사를 능동적인 선의에 두기 때문일 것이다. 치열한 정오의 12시가 아니라 조금 기운듯하지만 오후 2시, 이른바 미시(未時)의 에너지가 만재하고 있다. 시간대를 치면 오후 2시는 중식의 포만한 에너지를 소화해서 풍족하게 쓸 수가 있다. 계절적으로는 겨울이 아니라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지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올해는 국민의 자각과 단결의 힘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국가보위 문건을 사욕과 입신의 수단으로 유출한 보신주의자들, 진보 보수의 이념논쟁으로 정치지도자의 이투장(泥鬪場)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들은 북의 회담 제의에 앞서 북한이 먼저 차려야 할 행동이 더 중요시된다.
북한의 남침으로 인명피해 600만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6.25 전쟁의 참상(1952), 천안함 피격(2011), 금강산 민족상봉 관광객 피살(2008)사건 이후 남북 교류의 중단 등 북한의 일방적 도발로 자기들이 저지른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부터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통일의 장애가 치유되는 묘약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