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문이 열렸을 때 그는
달그림자로 사라졌다
또 한 쪽 가슴이 열렸을 때
그는 분화구로 사라졌다
하늘 저 쪽 혹은 강 저 쪽의 한 귀가 열렸을 때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강은 팽팽했다
강가에서 디오니소스의 침묵으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오래 기다렸다
물소리에 묻어오는
공후의 슬픈 가락
·시 읽기: 이 시는 계간 《문장21》 21호에 실린 시이다. 이번 겨울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 때문에 훈훈한 사랑과 감동이 일기도 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말의 원형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이다. 고조선 때 지어져 한국 문학사상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공무도하가'에서 강물은 죽음과 이별을 상징한다. 이것은 성서의 요단강을 건너는 행위처럼 죽음을 상징한다. 이 시의 강물도 죽음과 이별을 상징함을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다. 본문에서도 "한 쪽 문이 열렸을 때", "또 한 쪽 가슴이 열렸을 때", "하늘 저 쪽 혹은 강 저 쪽의 한 귀가 열렸을 때", "강가에서 디오니소스 침묵으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오래 기다렸다" 등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묘사이다. "강가에서 디오니소스의 침묵으로"라는 시행에서의 '디오니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이다. 제우스(Zeus)와 세멜레(Semele)의 아들이며, 대지의 풍요를 주재하는 신이다. 포도 재배와 관련한 술의 신이기도 하다. 디오니소스는 죽음에서 부활한 구원의 신, 생명력의 신이다. 이 시처럼 죽음을 새로운 탄생으로 승화해 나가는 지혜를 가져 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