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백자
  • 거제신문
  • 승인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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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종길/ 문장21 시 등단(1976)

검은흙 그 탄생의 비밀
누구인가
제 몸 태워 푸르게 하늘을 오른다
몇 날 밤 산고를 치른 하얀 속살
가만히 귀를 대면
태동 잡힐 듯 순결한 심장 소리
그 평화의 빛과 소리
동그랗게 말아
순백으로 현신하신 성모 마리아

·시 읽기: 이 시는 현종길 시인의 처녀시집 『한 알의 포도가 풀무를 돌린다』(2014)에 실린 시이다. 시인은 백자를 성모 마리아로 형상화시켜 놓았다.
 시적 화자는 백자를 바라보고 있다. "검은흙 그 탄생의 비밀/ 누구인가"라며 백자의 실체를 탐구하고자 한다. 가마 안의 백자를 "제 몸 태워 푸르게 하늘을 오른다"라고 묘사하면서 "몇 날 밤 산고를 치른 하얀 속살"이라며 뜨거운 가마 속에서 순백의 백자로 탄생하기 위해 산고를 이겨내었음을 말하고 있다. 나아가 백자에 "가만히 귀를 대면/ 태동 잡힐 듯 순결한 심장 소리"라며 백자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인격화한다. 결국, "그 평화의 빛과 소리/ 동그랗게 말아/ 순백으로 현신하신 성모 마리아"라며 백자를 성모 마리아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네 원소 상상력으로 읽어 보면, 시어 '태워, 빛'은 불의 이미지, '하늘'은 공기의 이미지, '검은흙'은 대지(흙)의 이미지이다. 물의 이미지는 감춰놓았다. 백자, 즉 흙을 빚기 위해 물이 필요함은 당연한 이치이다. 시인은 시적 상상력을 위해 시에서 적당히 감추는 묘미를 발휘한 것이다. 순백의 백자처럼 우리의 삶도 새롭게 태어나기를 빌어본다.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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