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목~해금강 도로공사로 사라진 '소박한 꿈'
함목~해금강 도로공사로 사라진 '소박한 꿈'
  • 박용택 기자
  • 승인 2015.03.1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여년 전 심은 소나무 베어지고 울타리는 찢긴 채 토사만 한가득
토지주 A씨 "정식 민원 접수하지 않았다"는 행정의 답변에 분통

▲ 거제시가 함목∼해금강 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도로 아래 토지주의 소나무를 베어버리고 모사마저 방치해 문제로 지적됐다. 사진은 공사전 모습.

거제시에서 실행하고 있는 남부면 함목~해금강도로 확장공사 때문에 남부면 갈곶리 인근에서 도라지와 배추, 무 등을 심어 농사를 짓고자 한 소박한 농부의 꿈이 좌절돼 버렸다.

26여년 전 남부면 갈곶리 311-1번지 991㎡(약 300평)의 밭을 매입한 문동동 A씨(여·61). A씨는 매입한 밭에 사시사철 푸르고 그늘도 만들어줄 뿐 아니라 키울수록 가치도 높아지는 소나무 십여그루를 심었다.

바람이 세고 해일이 많은 지역 특성상 소나무 일부는 사라지고 8그루만 남아 잘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시에서 실시하는 함목~해금강 도로 확장공사가 시작되면서 잘 자라던 소나무가 한꺼번에 사라지고 말았다.

확장공사가 시작될 당시 A씨는 현장을 찾아 시공사인 차선종합건설 B현장소장에게 소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요청을 했고 소나무를 옮길 때 전화를 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3일 소나무는 사라지고 밭에는 토사와 바위더미가 뒹굴고 있었다.

농작에 필요한 농기구함과 거름더미, 의자와 테이블이 흙더미에 파묻혔고 유해조수를 막기위해 마련한 울타리와 문은 부서진 채였다.

▲ 거제시가 함목∼해금강 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도로 아래 토지주의 소나무를 베어버리고 모사마저 방치해 문제로 지적됐다. 사진은 공사 후의 모습.

황당한 사태를 접한 A씨는 지난 1월30일 거제시 도로과 담당자를 만나 사정을 설명하고 2월2일 현장실사를 통해 담 밑으로 흙을 정지하고 유실된 곳을 채워준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소나무는 꼭 심어줘야 한다"고 부탁해 B현장소장으로부터 연락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하지만 나무를 심고, 농사를 시작해야 할 3월이 됐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지난 2일 다시 시 도로과를 방문한 A씨는 더욱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정식으로 민원신청을 하지 않아 처리되지 않았다"는 시 관계자의 답변 때문이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A씨는 그날 민원을 접수했다. A씨가 접수한 민원은 26년 된 소나무 8그루 심어 줄 것, 파헤쳐 놓은 흙과 방위덩어리 및 울타리 원상복구, 농작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통행로 설치, 하수구(우수관) 설치 등 총 4가지다.

A씨는 "시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처리되지 않았고, 재차 방문하자 정식으로 민원서류를 접수하지 않은 것은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울화통이 터졌다"면서 "민원인이 지쳐 더 이상 민원을 제기하지 않기만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확장공사가 진행 중인 도로에 하수구를 만들면서 유독 내 밭에는 하수구를 내지 않고 벽돌로 마무리해 버렸다"면서 "경작하는 밭에 출입구마저 없애고 높은 담으로 막아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시 도로과 관계자는 "도로법령에 따르면 도로 내에 있는 나무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고 봐야 된다"면서도 "민원이 접수됐고, 그늘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민원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공사 측에 소나무가 아니더라도 나무를 심어줄 수 있도록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옥소유 2015-03-17 14:41:18
거제시 공무원들의 수준이 그것밖에 안됩니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크게 실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