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새벽,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어느 기독교방송이 생중계하는 예배에 동참하기 위해 TV 앞에 앉아보았다.
잠시 후 좀 의아해 했던 것은 한국교회의 부활절 연합 새벽예배가 필자가 상상했던 서울 시청광장 또는 잠실이나 상암경기장이 아닌 서울시청에서 가까운 어느 교회당에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TV스크린은 예배순서 담당자들과 예배당 안을 가득 매운 성도들, 그리고 예배당 밖에 나열돼 있기는 하나 비어 있는 수많은 의자들을 연속적으로 비추고 있었다.
모국의 교회가 과거의 성령으로 하나돼 은혜 충만하던 아름다운 모습들을 다 잃어버리고, 갈등하고 분열하고 있다는 것을 전 국민과 세계를 향해 스스로 생중계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져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결국 이런 모습으로 한국의 교회도 유럽이나 북미의 교회들처럼 이미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자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한국교회는 일찍부터 부활절 연합예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그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그 이유는 해방 후인 1947년 남산에서 첫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줄곧 연합으로 예배드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나라 안에 기독교가 비록 수백개의 교단으로 나뉘어져 있기는 하나 부활절 예배만큼은 한국의 모든 교회가 연합해 드림으로 단순한 절기 행사를 뛰어넘어 한국교회 전체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감당해 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회가 한국 사회 전체를 향해 내뻗는 한줄기 치유의 빛, 우리 민족의 소망이 됐기 때문이다.
수많은 성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며 나라의 안녕과 국민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고 보수와 진보가 반목하는 상황일지언정 이 날만큼은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용서하며 화해하는 모습을 통해 한국사회에 희망이 되는 교회로서의 역할을 해줬었다.
그래서 한국교회를 넘어 전 세계의 교회들이 부러워 하던 그 부활절 연합예배마저 무너지고 있는가에 대한 안타까움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부활절의 의미와 예배적 가치를 모두 상실한 채 각 단체의 힘겨루기의 각축장으로 변질된 듯한 한국교회를 바라보시는 우리 주님의 마음을 묵상하게 되자 마음이 무거웠다.
부활절 연합예배의 무너짐은 곧 한국교회의 무너짐이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무너짐은 나라의 미래마저 어둡게 만드는 일로 연결되는 것이라 본다.
다시금 이억만리 이국땅 이곳에서 듣게 되는 소식에 따르면 2013~2014년에 이어 올해의 부활절예배도 연합하지 못한 채 드려진다고 한다. 2015년은 국가적으로는 해방 70주년, 한국교회로서는 선교 13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통일시대를 앞두고 한국교회가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나라와 민족을 섬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래서 더더욱 부활절 연합예배를 통해 과거처럼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된 모습을 간절히 기대했었는데 애석하다. 올 부활절 연합예배가 시간적·물리적으로 불가능 하다면 내년부터라도 부활절이 한국 교회연합의 진정한 시발점이 되길 바래본다.
부활절 연합예배를 통해 다시금 한국교회들이 하나됨을 이뤄 더불어 소생할뿐 아니라 나라를 살리는 회복의 바로메터가 돼주길 소망하며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