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 입법예고…교육복지카드가 가난증명서 되나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으로 실시되는 서민자녀교육지원 사업이 혼란을 빚고 있다. 서민자녀교육지원금 수혜대상자 접수 실적이 극히 저조한데다, '거제시 서민자녀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지역 야권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거제시가 지난 16일부터 지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서민자녀교육지원금 수혜대상자를 접수한 결과 24일 현재 전체 수혜대상자로 예상된 8000여명 중 500여명만 접수한 것으로 나타나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수혜대상자 접수는 다음달 3일 마감된다.
현재 시는 각 마을이장 방송·현수막·안내 편지문 등을 통해 서민자녀교육지원금 수혜대상자 신청을 독려하며 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를 통해 신청접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수혜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학생 부모의 월급명세서·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건강보험료 납부 영수증·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부채증명원·차량보험 영수증·예금잔액 증명서 등이 갖춰져야 해 최종 마감일까지 얼마만큼의 신청자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시 관계자는 "신청서류를 갖추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직까지 신청자가 많지는 않다"면서 "신청마감일까지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신청마감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접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는 '거제시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며 오는 5월 열릴 예정인 거제시의회 임시회에 안건으로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시비 30억3400만원과 도비 15억7500만원 등 총 46억900만원의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다. 이 예산은 '거제시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지출된다.
조례안에 밝힌 지원대상은 지역 내 초·중·고 자녀 중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조에 따른 수급권자 및 차상위 계층, 한부모가족지원법에 제5조에 따른 지원대상자, 그 밖의 가구소득 등을 고려해 서민 등의 가정으로서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등이다.
수혜대상자로 선정되면 학생 1명당 연간 50만원 안팎을 사용할 수 있는 교육복지카드를 통해 EBS교재비와 수강료·온라인 수강권 혜택을 받는 바우처 사업과 시·군 맞춤형 교육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조례안의 시의회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남도의회가 지난 19일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경남 18개 시·군의회도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3일 김해시의회가 조례안을 심사보류해 타 시·군의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장 시의회 야권의원들도 이 문제에 대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갑 시의원은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 제정은 경남도의 명백한 월권행위"라면서 "임시회 이전까지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고, 법적인 문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거제지역위원회 관계자 역시 "경남도당과 도내 각 시·군 등과 연계해 조례안 통과 저지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의 또 다른 문제는 교육복지카드를 받기 위해 학생의 부모가 가난하다는 사실을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교육복지카드를 수령한 학생이 가난한 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선 면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일년에 50만원을 받기위해 수십종의 서류로 집안이 가난하다는 증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자신의 자녀가 가난한 아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있어 신청이 저조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