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하청 61%, 고용불안·노동조건 차별이 가장 큰 문제
조선 하청 61%, 고용불안·노동조건 차별이 가장 큰 문제
  • 배창일 기자
  • 승인 201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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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비정규직·간접고용 실태와 과제 토론회, 지난달 30일 옥포복지관서
"원청자본이 하청노동에 책임 져야" 판례대로만 해도 절반 이상이 해결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의 핵심 사안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당사자들 간의 허심탄회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가 주최하고 거제개혁시민연대가 주관한 '거제지역 비정규직·간접고용 실태와 과제 토론회'가 지난달 30일 옥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 김종인 부위원장이 발제를, 대우조선노조 양병효 고용안정부장·삼성조선노동자협의회 이태경 고용안정부장·대우조선 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강병재 의장·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 문화공간 새터 신상기 대표·거제개혁시민연대 백순환 전 금속연맹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국회의원 등 6명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발제에 나선 김종인 부위원장은 "2014년 3월 기준 임시근로·시간제근로·파견근로 등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노동자들의 숫자는 820만명을 넘고 비율로는 44.7%에 해당한다"면서 "이들 가운데 간접고용 규모는 159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전체 업종의 평균 하청비율이 25% 수준인데 반해 조선업종의 하청은 61%를 넘었다"며 조선업의 생산력이 하청노동자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통계로 보여줬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현실과 관련해 김 부위원장은 "고용불안·노동3권의 박탈·임금 및 노동조건 차별 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와 사실상의 묵인 하에 확산돼 왔다"고 분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노동조합법 2조를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서 "이미 현대중공업 등 몇 가지 판례로 정립돼 있는 '원청 자본이 하청노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리를 구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법 2조는 '사용자'에 대한 정의를 규정하고 있다"며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은 사내하청 저임금·고용불안·산재노출 등의 각종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병효 대우노조 고용안정부장은 "대우조선의 고용현황은 약 4만4000명이며 직영인원의 경우 생산직 7000여명, 기술사무직 7000여명 수준인데 비해 사내하청은 180여개 업체에 약 3만여명으로 추산된다"며 "전체인원 기준으로 직영 대비 2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양 부장은 "직영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41세, 근속년수 21.5년인데 반해 하청노동자는 38세, 근속년수 3.4년으로 드러나 고용불안이 늘 존재하고 있다"면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문제점으로 최저생계비를 약간 웃도는 임금수준·고용불안·임금체불 및 삭감·산재노출·현장통제 강화 등을 꼽았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태경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고용안정부장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하청노동자 역시 임금과 고용문제·산재 등에서 불안정한 처지에 놓여 있다"며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강병제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은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의 규모를 3만7500명 정도로 꼽았다. 강 의장은 "2010년 이후로 생산시설은 2배 늘었지만 확대된 인원은 대부분 하청 노동자로 채워졌다"며 "2010년 이전에는 시급직(하청직접고용)이 70%를 넘었지만 이후 하청이 다시 재하청을 준 '물량팀' 위주로 고용이 왜곡돼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장은 "임금·복지·고용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하청노동자의 조직화(노조설립)를 통해 노동3권을 확보해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크게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새터의 신상기 대표는 "대우·삼성 뿐만 아니라 성내·한내공단 등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의 처우가 더 열악하다"며 "원청의 물량조절에 따라 10명~50명 단위의 물량팀이 작업장을 옮겨다니고 있어 4대보험이나 산재적용 등이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또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요구는 70년대 전태일 열사 때의 청계천이 아니라 바로 지금 거제에서 필요한 것"이라면서 "사업주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반발하지 못하는 주 원인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청 노동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노동상담센터의 설립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행정이나 기업에서 이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백순환 전 금속연맹위원장은 "대우·삼성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노동자·파트타임 노동자·중소상공업 종사 노동자·학교 근무 노동자 등 주위에 숱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며 "이들의 어려움과 고민도 함께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우원식 국회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고용안정화 정책은 오간데 없고 '정규직 보호론'을 제기하며 노동시장 유연화정책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질 노동생산성은 증가했지만 실질임금은 정체돼 있다"며 "최저기본급을 상용근로자 중위소득 50% 수준에 해당하는 월 150만원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또 "공공부문부터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이를 민간기업에까지 확산시키는 한편 비정규직의 업체 변경 시 고용을 보장하고 현재의 불법파견을 제한해 간접고용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에 이어 마련된 방청객 발언 시간에서 참석자들은 "오늘의 토론회를 기점으로 비정규직이라는 거대담론에만 머물지 말고 거제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대활동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고 참여단체 대표자들과 토론자들 대부분이 동의했다.

거제개혁시민연대 류금렬 대표는 "지역에서 비정규직 노동문제에 집중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 간의 후속 연대모임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점이 이날 토론회의 가장 큰 의미 중 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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