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인/시인·수필가
길은
마음속에서 모두 평행이다
나무들마저 비켜선 좁은 언덕을
바람이 먼저 지난다
<중략>
걸어도 걸어도
살아 움직이는 잎새
발목을 잡고 안간힘을 쓰다
문득, 건네받은 바람의 꼬리표,
툭,
산그늘로 내려앉는
훔쳐보던 나뭇잎이 파르르
입술을 떨고
활시위처럼 팽팽해진
나는
하산을 서두른다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28호(2015, 봄호)에 실린 시의 일부이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자연에 동화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시'라고 말한다면 비약일까. 화자가 자연(物)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심상임은 분명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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