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바위섬
쌍바위섬
  • 거제신문
  • 승인 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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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왕건이 고려를 세울 무렵이었다.

옥포에서 산길로 1㎞, 다시 바닷길로 1㎞ 쯤 떨어진 곳에 한 어부가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부자는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어부의 아들이 청년이 되었을 무렵, 바다로 나갔던 어부가 태풍을 만나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어부의 아들은 그때부터 아버지처럼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고기는 두 개의 바위섬이 있는 부근에서 많이 잡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바위섬 근처에 그물을 내리고 바위섬에 내려 잠시 쉬고 있었다.

그날따라 파도가 치지 않아 바다는 조용했다. 그때 어디에서인가 곱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니 옆에 있는 바위섬에서 아름다운 낭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목소리만 낭랑한 게 아니라 낭자의 미모 또한 청년의 정신을 빼앗아 놓을 만큼 예뻤다.

"어머, 당신 누구예요?"

낭자는 청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죄송합니다. 노랫소리가 너무 고와 그만…"

두 사람은 쌍바위의 이쪽과 저쪽에 앉아 인사를 나누었다. 낭자는 용왕의 딸이었다. 바다 속이 하도 갑갑해서 바람을 씌우려 나왔다가 청년을 만난 것이다. 청년도 낭자가 좋았고, 낭자도 청년이 좋았다.

두 사람은 매일 이 시간쯤 되면 쌍바위섬으로 나와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렇게 날마다 만나는 동안 청년과 낭자는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용궁에 있어야 할 낭자가 날마다 바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안 용왕이 신하를 시켜 알아보게 했더니 낭자가 바다로 나가 청년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용왕은 그때부터 낭자를 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엄명을 내렸다. 청년은 날마다 쌍바위섬에 나왔지만 낭자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청년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섬에 나와 낭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고기 잡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낭자를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뿐이었다.

용왕은 이 사실을 알고 숭어 한 마리를 아가씨로 변신시켜 쌍바위섬에 내보냈다. 청년은 사랑했던 낭자인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기다리던 낭자가 아님을 알고 그 아가씨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가씨로 변한 숭어는 온갖 정성을 다해 청년의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쳐버린 숭어 아가씨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고 말았다. 청년의 기다림은 계속됐었다. 점차 청년은 몸이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음식도 거의 먹지 못한 채 이 바위섬에 나와 멍하니 낭자만 기다렸다. 그러다 어느 날 청년은 바위섬에서 죽고 말았다.

용왕의 명령으로 청년을 만나러 가지 못한 낭자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낭자가 거의 죽게 됐을 때 이 딱한 광경을 본 용왕이 쌍바위섬에 다녀오라고 허락을 했다. 낭자는 청년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바다를 나와 섬에 왔을 때 청년은 이미 죽어 있었다. 낭자는 청년을 안고 슬피 울다가 다른 한 쪽 섬에 와 편안한 자세로 누워 죽었다.

사람들은 청년이 죽은 바위섬을 숫바위. 낭자가 죽은 바위섬을 암바위로 불렀다. 두 섬은 마치 나란히 손이라도 잡고 있는 듯이 다정했다. 후에 쌍 바위섬에 마을 사람들이 두 남녀를 위로하는 작은 비를 세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쌍바위섬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우는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파도가 일어 손을 잡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여기고 있다.  

정리 : 윤일광(詩人)(자료 : 거제향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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