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구조조정 여부에 관심 촉각
대우조선해양 후임 사장으로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이사가 내정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추천한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의 차기 사장 후보 안 상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다음달 29일 임시주주총회 절차가 남긴 했지만 사실상 오는 6월 '정성립號' 출범이 공식화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수주 개선에 대한 기대와 인력 구조조정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조 단위의 적자 규모를 3000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등 영업통의 면모를 보인 바 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신임사장에 정 내정자를 추천한 것도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높게 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은 측은 "정 내정자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있고 경영혁신 의지를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300%를 웃도는 부채비율 등 악화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정 내정자는 대우조선해양 대표 시절 대우그룹 해체 여파로 워크아웃 상태였던 회사를 1년 만에 정상화시키는 등 경영난을 극복한 면모도 증명된 바 있다.
그러나 대우노조 측은 체질 개선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입맛에 맞는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을 통합해 구조조정을 실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 내정자는 지난 2013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자본잠식에 처한 STX조선의 구원투수로 임명된 바 있다. 과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빠진 대우조선을 조기 졸업시킨 전력을 인정받아서다. 당시 정 내정자는 사장 취임과 동시에 강도 높은 인력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어 이 부분을 노조가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정 내정자가 산업은행을 대변해 대우조선의 부실매각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우호적이었던 노사 관계가 틀어질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당초 정 내정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던 대우노조는 지난 8일 정 내정자와 회동을 갖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정 내정자는 노조 측에 인적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해명하고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노조는 또 지난 9일 산업은행 측과도 만나 내부가 아닌 외부인사를 사장으로 추천한 것에 대한 해명도 직접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측은 "당초 내부인사를 후임 대표로 선임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지만 사장 인선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다른 적임자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조정과 관련해서는 "산은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만, 계획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각종 의혹에 대해 정 내정자와 산업은행이 해명하지 못할 시 총력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두 번의 만남 이후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장선임 반대 철회 여부는 현재까지 결정된 바 없다"며 "조만간 노조의 요구사항과 경영진의 약속을 문서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사장 내정자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지낸 바 있다. 정 내정자는 서울대조선공학과를 졸업한 후 산업은행에 입행했다 대우조선해양으로 옮겨 23년간 근무했다. 유럽 지사장 등을 거치며 해외 선주들과 신뢰를 다졌고 노무·인사·관리 등 현장경험도 쌓았다.
2013년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간 STX조선해양 사장에 임명돼 1년 이상 STX조선해양 회생을 이끌다 다시 대우조선해양으로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