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면?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차이점을 주고 인간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것 같다.
또한 눈이 머는 것을 소설의 주제로 삼는다는 것을 우습게 생각했었다. 이런 내 생각이 정말 짧았음을 소설을 읽고 다시 느끼게 된 것 같다.
이 소설은 한 남자가 운전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눈이 머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남자의 눈을 진찰한 안과의사, 남자를 집까지 바래다 준 남자, 같은 안과에 있던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 사팔뜨기 소년 등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 눈이 멀기 시작한다. 눈이 머는 것은 이 책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눈이 머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야기가 끝맺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눈이 머는 것' 그러니까 실명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그런 일이 나에게 닥쳤을 때의 경우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눈이 먼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보게 됐고, 소설 속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할 때 마다 소설 속 주인공이 된 듯 그들과 함께 고민해 보게 됐던 것 같다. 이 소설의 특징 하나는 주인공들의 이름이 없다는 점이다.
안과의사, 의사의 아내,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 등 이렇게 그들은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소설 속에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이 병실에 들어올 때마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다 그것은 이곳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모두들 자신들의 예전 직업만을 이야기 한다.
'눈먼자들의 도시'는 그 책의 제목부터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책을 펴보기도 전에 왜 제목을 그렇게 지었을까 궁금했다. 처음 '눈이 먼 남자'라는 그 파트를 읽으면서 접촉만으로 눈이 멀게 되도록 전염될 수 있다는 끔찍한 공포를 전해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재난이 갑작스럽게 찾아왔을 때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제목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