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리
높은 자리
  • 거제신문
  • 승인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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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조선 연산군 때 이장곤이란 사람이 조정에서 벼슬을 하고 있던 중에 임금이 묻는 말에 "높은 자리에서는 더욱 자중하셔야 합니다"라는 충고의 말을 했고 이에 화가 난 연산군이 그를 거제로 귀양 보냈고 나중에 죽이려고까지 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도망쳐 함경도에서 봉단이라는 백정의 딸을 만나 결혼하고 나중에 연산군이 물러난 후 다시 복직해 봉단은 정경부인이란 직첩을 받아 같이 잘 살았다고 한다.

몇달 전 국회의장까지 한 사람이 성추행을 했다 해서 떠들썩 했다. 그는 캐디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하나의 성 노리개로 여겼을까?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봤을지 짐작할만 하다. 그가 국민을 이렇게 인식하면서 한 수많은 결정은 과연 정당했을까?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그가 국회의장까지 하면서 얼마나 많은 중요한 결정에 관여했을까? 검사로 시작해 검사장 등 고위직을 거쳐서 국회의원을 몇 번 연임하고 국회의장까지 됐다. 그가 한 수많은 중요한 결정의 영향 하에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사단장이 성추행을 했다. 군에서 영관급과 별은 엄청난 차이라고 한다. 별을 달았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그는 별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그는 사단장으로서 국가를 방어할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그에게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국토방위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부하 여군을 성추행하고 이를 수습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누가 지킬 것인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상처가 크지만 낮은 곳에서 떨어지면 덜 아프다.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명예의 실추와 그 자신이 느끼는 상실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그들은 아마도 명예를 상당히 중시하는 부류의 인물일 것이다. 그래서 높은 자리를 위해 힘든 노력을 해오지 않았겠는가? 그들의 높은 명예에 얼마나 많은 친지와 이웃이 환호했을까? 그리고 이에 대한 실망감은 또 그 얼마일까?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자중해 조심조심할 일이다. 그렇게 하지 못할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차라리 높은 곳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위와 같은 사례가 물론 나쁜 짓이었지만 만일 높은 자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그랬다면 그렇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생은 노력 보다 그 방향이 중요하다.' 그가 아무리 머리가 좋고 성적이 우수하고 능력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그가 추구하는 방향이 공익이 아니라 사리사욕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고 오히려 사회의 큰 독이 된다.

소위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총리를 비롯한 전 현직 고위 공직자가 유력한 처벌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위층의 부패가 참으로 개탄할만하다.

'착한 사람은 자기 자신만을 돌보고 악한 사람은 모든 사람들을 돌본다.' 착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똑바로 살아가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살아가지만 악한 사람은 자기 자신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돌보겠다는 구실을 대고 정치권에 나서 온갖 부정과 비리와 탈법으로 높은 곳에 올라간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도 그러한 행태가 변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이렇게 높은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저지른 것들을 그 자리에서 그의 아랫사람들이 그대로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그로부터 비롯한 총리, 도지사, 사단장에 바른 사람이 임명될 수 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특히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여야 하고 지방 선거에서도 마찬가지. 우리의 대통령과 도지사, 시장은 우리 스스로 선택한 결과이다. 눈을 똑바로 뜨고 제대로 검증하고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해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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