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菊井) 선생을 떠나보내며
국정(菊井) 선생을 떠나보내며
  • 거제신문
  • 승인 201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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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서예대가 국정(菊井) 김현봉(金顯奉) 선생이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3살 때부터 할아버지 무릎위에서 붓을 잡은 뒤 90여년 동안 붓을 놓지 않았던 국정 선생은 국정체(菊井體)라는 독보적인 글씨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서예계의 거목이다.

국정체는 붓글씨에 회화성과 문학성을 가미한 독창적인 선생만의 서법이다.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 등나무가 자연의 현상을 따라 엉켜 있는 매력적인 곡선미, 나뭇가지가 미풍에 흔들리는 자연현상 등을 서체로 표현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대가(大家)다.

국정 선생은 제7회 일본산업신문사가 주최한 국제서법대전람회에 해외 초대작가로 초대돼 출품작이 최우수작으로 선정됐었다.

또 중국 21개 서법단체가 합동 개최한 동남아 정예작가대전란회에 초대돼 출품작이 예술대상 및 서화맹인증을 받기도 했다.

북한과 남한에서 명인 반열에 오른 작가 120명만이 초청된 남북코리아미술대전에도 작품이 올려졌다. 1998년에는 옥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예술가적인 고고함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몰입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그동안 국정 선생을 대한 지역사회의 태도는 대가의 품격에 걸 맞는 것이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렵고 힘들게 보낸 국정 선생의 말년을 되짚어 보면 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문화의 불모지라 불리는 거제에서 국정 선생이 남긴 발자취는 크고도 넓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라면 국정 선생은 어느 순간 잊혀진 존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예술을 바라보는 거제시의 시선과 거제시민의 의식수준을 생각한다면 그러고도 남음직 하다.

국정 선생은 떠났지만 우리는 선생을 이대로 보내지 말아야 한다. 선생의 발자취와 작품세계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선생이 얼마나 뛰어난 예술가였는지, 선생의 작품세계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후손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것이 대가를 떠나보내는 지역사회의 최소한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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