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에 동의…경제성·접근성 등 고려해야 할 부분 많아

거제시가 추진하고 있는 시립해양미술관 건립사업이 필요성은 인정됐지만 경제성과 접근성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지난 8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권민호 시장과 국·과장, 산업건설위원회 시의원, 지역 문화예술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립해양미술관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중간 용역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조사연구를 발표한 나라정책개발원 측은 풍부한 관광자원, 수려한 해안절경, 조선산업 특화 등을 이번 사업의 강점으로 꼽았다.
또 주5일근무제 도입, 여가수요의 증대 및 패턴의 변화, 문화육성정책 장려 등을 기회요소로 제시했다. 그러나 고현지역으로의 집중심화, 지역브랜드 이미지 미흡, 높은 외부유입인구 비율 등을 약점으로, 미술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부족, 지자체 투자사업의 타당성 검증 강화 등을 위협요소로 분석했다.
또 거제시민 3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6%가 문화시설이 부족하다고 답해 문화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립해양미술관 건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1%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18%로 집계돼 주민욕구적 축면에서 미술관 건립은 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비는 114억원으로 추산됐고 사업부지는 거제문화예술회관 야외음악당 가운데 6000㎡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립해양미술관 공간구성은 지하1층·지상 2층에 상설전시실·체험전시실·기획전시실·세미나실·다목적실·뮤지엄샵·카페테리아 등이 계획됐다. 용역사의 발표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시립해양미술관의 경제성·사업성·접근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전기풍 시의원은 "용역 보고서에 전문가와 예술인들의 의견이 빠진 게 아쉽다"면서 "시립해양미술관이 만들어졌을 때 시민들의 생활공간 안에 넣을 지,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지 잘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부산·진주·창원과 같은 주변 도시와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들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철 거제문화예술회관장은 "야외음악당 공간은 문예회관에서 꼭 필요한 곳인데 왜 부지로 염두해 둔 것인지 모르겠다"며 "시립해양미술관의 사업성을 잘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문예회관에서 미술전시회를 개최하면 첫 날 외에는 거의 사람이 없다"면서 "필요하다고 무조건 짓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운항 한국예총 거제지회장은 "초기 계획은 사업비가 60억이었는데 어떻게 두배나 증가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미술관은 존립 자체만으로 많은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접근성을 강조했다.
김두용 미술협회 거제지회장은 "거제미술협회 회원이 80여명인데 정기전 때마다 회원들 작품을 다 전시하지 못할까 걱정"이라며 "현재 예술회관이 실속이 없다. 외형도 중요하지만 내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동주 거제문화원 부원장은 "경쟁부분과 예산손익분기점 부분이 빠진 점은 문제"라면서 "건립 부지로 제시된 문예회관의 경우 주차공간도 이미 포화상태"라고 조사연구에 이의를 제기했다.
박태문 기획예산담당관은 "사업비가 100억 이상 넘어가면 국가 심사를 받게 된다"면서 "설립을 위해 적정선의 예산이 책정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권민호 시장은 "문화·예술 정책은 사업성을 내세우면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거제시민들 70%가 조선업에 종사하는 블루칼라들이다 보니 문화예술인들이 그들의 삶에 더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시립해양미술관 건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시장은 "문화예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이들을 키울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하다"면서 "장승포항을 기점으로 장승포 지역을 문화예술도시로 키워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모고개 인근 거제문화원 이전 부지에 시립해양미술관이 들어설 수 있는 지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한편 시는 이달 말 시립해양미술관 건립 최종 용역보고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