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외국인이 아닌 같이 살아가는 지역민입니다"
"그냥 외국인이 아닌 같이 살아가는 지역민입니다"
  • 문지영 기자
  • 승인 2015.0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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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국제외국인학교, 지난 22일 교정에서 international mindedness day 행사 개최
재학생 공연과 각 나라별 전통음식 체험까지…지진피해 네팔돕기 기부행사도 함께해

ISK(INTERNATIONAL SCHOOL OF KOJE)
거제국제외국인학교는 대우조선해양이 선주의 아이들을 위해 1975년 국제학교를 설립하고 이를 대우외국인학교라고 부른 것이 시초이다. 2002년 이 학교는 독립적 기관으로 옥포국제학교라는 이름으로 설립된다. 이후 2013년 거제대학교와 더불어 거제국제외국인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2014년 5월 500명의 학생들과 우수한 설비가 갖춰진 새 학교로 이전한 거제국제외국인학교는 27개의 학급과 체육시설·도서관·과학실·음악실·미술실·놀이공간·축구장·야구코트·런링트랙·옥상정원과 휴게소를 갖추고 있다. 현재 옥포성지중학교·송정초등학교 등과 MOU를 체결해 서로의 문화를 알아가는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 22일 거제에서 제일 규모가 큰 외국인학교인 거제국제외국인학교(교장 마일즈 잭슨)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international mindedness day' 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날 행사는 거제국제외국인학교 학생들이 무엇이 국제적인 사고인가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초점을 뒀다.

38개 나라 41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영어를 공통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이 학교는 8개의 학년으로 이뤄져 457여명의 친구들이 함께하고 있다. 학생들은 평균 2년 정도 이 학교에 머문다고 한다.

재학생들의 합창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각 학년이 한 그룹을 형성해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학생들은 매 공연마다 다른 이의 개성을 존중하기, 공간에서 서로 서로 함께 일하기, 다른나라(친구)와 자기나라(자신) 그리고 주인나라(거제)사이에서 비슷한 점과 다른 점 알기 등을 배움의 포인트로 정해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서로 맡은 책임분량의 공연을 정성껏 이어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부모들의 카메라 셔터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다소간의 실수에도 모두의 얼굴에는 한 가득 웃음꽃이 피어났다. 피부색과 국적의 다름을 초월해 자식사랑이 물씬 묻어 있는 광경이었다.

"here is the love"

무대 위 4학년생들의 발표가 시작되기 직전 마일즈 잭슨 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마일즈 잭슨 교장은 "아이들이 준비 한 'here is the love'란 노래의 의미가 무엇인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노래는 떠나가는 친구에 관한 노래이다. 이곳은 국제학교다. 늘 이별이 존재하는 곳이다"며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늘 헤어짐을 경험한다. 아이들의 이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부모를 따라 온 아이들이 타지에서 항상 겪고 있는 감정을 살펴야한다" 고 말했다.

마일스 잭슨 교장의 이야기가 끝나자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노래가 강당에 울려 퍼졌다.

공연장 맨 뒤에 앉아 미소를 띠고 있던 알라 티트카씨(58·우즈베키스탄)는 "남편이 대우조선해양에 있어 지난 13년 동안 한국에서 살았고 지금은 중국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장남이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손주가 이 학교를 다니게 됐는데 좋은 행사가 있다고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라며 "정말 아름답고 친절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고 칭찬했다.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공연이 끝이 나자 학교 운동장에는 학부모들이 준비한 간단한 소풍행사가 이어졌다. 인도·한국·영국 등의 작은 깃발들이 음식 앞에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학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접시를 들고 테이블 사이를 누비며 세계음식여행에 여념이 없었다.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아 서로가 준비해온 음식을 접시에 덜어 와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서 전형적인 외국인의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자원봉사자가 되어 학생들이 물스폰지를 던지는 행사가 마련돼 분위기를 띄웠고, 거제국제교류센터는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행사를 도왔다.

거제대학교 선박전기과에 재학 중인 하병국씨(22)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도 좋고, 뭔가를 같이 한다는 느낌을 중요시 한다. 항상은 아니지만 봉사할 자리가 있으면 참여한다"며 분위기를 즐겼다.

거제국제외국인학교와 MOU를 체결해 초대받은 옥포성지중학교 이성순 교사는 "좋은 일에 축하해주기 위해 왔다"며 "한국 땅에서 한국어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과 행사 시나리오 중간중간 교장께서 솔선수범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에 감동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특히 외로운 사람들일 수 있는 이들의 아이들을 하나로 묶는 교장과 교사들의 리더쉽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네팔을 돕는 기부도 함께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서로 공존하면서 살자"
마일즈 잭슨 교장은 "나도 거제주민"이라며 첫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이 학교를 중심으로 457명의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더해 약 1500명의 외국인이 존재한다"면서 "그런데 거제시민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일즈 잭슨 교장은 "학교 설립 당시 받았던 도움을 알기에 거제와 경남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학교로 인해 지역발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일즈 잭슨 교장은 "외국인들이 많이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교육받을 수 있는 학교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만족됐을 때 선주사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이라며 "집을 사거나 렌탈을 하거나 하는 형식 등으로 돈을 소비하게 되면서 지역경제는 살아난다. 지금 그 역할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들의 존재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그냥 외국인이 아닌 같이 살아가는 지역민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면서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왔다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멋진 한국의 거제이지만 운전의 터프함으로 인해 스쿨존이 너무 위험하다"며 "경찰들이 좀 더 강하게 단속을 해 적어도 스쿨존의 규정속도는 지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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