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추석
북한의 추석
  • 거제신문
  • 승인 2007.09.20
  • 호수 1
  •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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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67년 5월 폐지했던 추석명절을 1988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지정해 하루 휴무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추석날 아침 일찍 준비한 음식과 낫 등을 가지고 조상의 묘를 찾아 떠난다.
음력 8월15일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북한에서 추석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 등에 밀려 퇴색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민들은 추석날 부모의 묘를 돌보고 제사도 지낸다.

1960년대 말부터 김일성의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봉건유습 타파와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외치면서 조상숭배와 민간풍속 대부분을 봉건적 잔재로 매도했지만, 추석날 성묘 문화는 어느정도 묵인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1967년 5월 폐지했던 추석명절을 1988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지정해 하루 휴무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추석날 아침 일찍 준비한 음식과 낫 등을 가지고 조상의 묘를 찾아 떠난다. 한국에서는 집에서 차례를 먼저 지내지만, 북한에서는 차례없이 곧바로 성묘를 간다.

묘에 도착하면 가져온 낫 등으로 벌초를 하고 상돌 위에 음식을 차려놓고 술을 부은 후 묵례를 한다. 북한에서는 절하는 문화가 오래 전에 사라졌으며, 1980년대 이후 조금씩 부활되고 있으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묵례 후에는 빈 접시에 술 밥 국 반찬 등을 조금씩 담아 묘 주변 땅속에 묻은 뒤 온 가족이 상돌 주위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북한당국은 평양시 교외의 공동묘지에 가는 시민들을 위해 추석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궤도전차 버스 지하철 등을 운행하고 묘지가 집중되어 있는 지역에는 별도로 전용 교통편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교통편이 열악한 지방에서는 걸어서 묘지까지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양시의 주요 공동묘지는 중화군, 룡성구역, 순안구역 등에 있으며 지방의 공동묘지는 교통편 등이 감안돼 시나 군내 구역안에 있는 것이 보통인데 1~4시간 정도 걸으면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추석날 성묘를 하지 않으면 죄를 짓고 벌을 받는다면서 어떻게든 거르지 않았던 성묘 풍속도가 1990년대 중반들어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평양에 산소를 둔 지방 주민들은 여행 증명서를 발급 받기가 어려워 아예 성묘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편 북한 언론들은 추석날 주민들이 강강술래 씨름대회 활쏘기 대회 농악 등의 민속놀이를 즐기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들 모습 역시 일부 주민들을 동원한 행사용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가족이나 이웃들과 어울려 비교적 차분하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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