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의 압권은 자기 아들의 유괴범을 용서해 주기로 결심하고 면회를 갔을 때 유괴범이 "나의 죄를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셨다"고 하자 배우 전도연이 외치던 절규다. "나는 아직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하나님이 먼저 용서했대요."
용서(容恕)라는 한자는 容+恕이고 恕는 如+心으로 이뤄져 있다. 용(容)은 얼굴을, 심(心)은 마음을, 여(如)는 같음을 뜻한다. 조합된 글자로 보면 용서란 '마음과 얼굴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용서했다고 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가 남아 있고, 용서했다고 하면서 얼굴(행위)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진정한 용서라고 할 수 없다.
베드로가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면 됩니까? 일곱 번 정도면 되겠지요?"하고 예수에게 물었을 때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가르친다. 공자도 제자가 "평생 살면서 가슴에 지녀야할 한마디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서(恕)"라고 대답했다. 용서는 말이 쉽지 행동은 쉽지 않다. 별일 아닌 것도 풀지 못하는 것이 우리다.
지난 달 흑인교회에서 수요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도중에 백인 우월주의자인 청년 딜런 로프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총기를 난사하여 9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 것은 억울한 죽음이 아니라 온갖 차별과 박해를 받으며 살아오면서도 증오를 용서로 껴안고 사는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당신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죽였지만 나는 당신을 용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