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담이라는 멋있는 이름을 가진 이 동네에 둥지를 틀고 산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이 못의 정식 명칭은 거제 동부저수지이다.
물이 꽉 차면 약 90만톤의 물을 채울 수 있고 이 못에서 물을 받아쓰는 경작지는 216.7㏊정도 된다. 이 못의 주 용도는 못 아래에 펼쳐져 있는 동부면과 거제면의 논에 벼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물을 대 주는 것이다.
호수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작고 그렇다고 못이라고 부르기는 다소 큰 이 못은 저수지라고 부르기보다 연담(벼루못)이라고 부르면 운치가 있다.
이 못가에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를 몇 번인가 보내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못가를 거닐며 물의 지혜를 배운다.
옛 사람들의 글에 '착한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또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는데 이 말들은 생각해 보면 생각할수록 뜻깊은 말들이다.
'물은 온갖 형상의 지형에 맞춰 몸을 이루고 항상 낮은데 처해 남과 다투지 않는다. 그리고 이 지상에 살고 있는 온갖 생물들에게 대가없이 혜택을 베풀어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특성을 깊이 있게 표현한 것일 게다.
이거야 말로 세상을 큰 마찰이나 사고 없이 살아가는 잘 사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세상에는 돈이 좀 있거나 학식이 있거나 지위가 높다고 해서 자존망대하고 이웃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물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 같다.
이런 물가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생각이나 이름다운 시들이 많이 나타났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철학 사상가 데이비드 소로가 지은 '월든'이라는 책과 아일랜드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예이츠의 '이니스프리섬'이라는 시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연담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깊은 지혜와 생각들을 표현한 작품들을 쓴 사람들이 없다. 앞으로 누군가가 나타나 이 못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해 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