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쓰레기봉투 속의 빨간 거짓말
빨간 쓰레기봉투 속의 빨간 거짓말
  • 조규홍 기자
  • 승인 2015.07.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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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쓰레기 배출 '난장판'...소주병부터 고기까지 '아수라장'

지난 14일 고현동 도심지의 쓰레기 실태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수거업체와 함께 도심지와 주거지 생활폐기물 수집작업을 동행 취재했다.

상가가 밀집해 있는 고현시내 특성상 거리에는 대용량 쓰레기봉투가 즐비했다. 각 쓰레기봉투 속은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거제 도심지 상가지역 종량제 봉투에는 소주병·플라스틱 페트병·형광등·음식물까지 거의 모든 쓰레기가 담겨 배출되고 있었다.

생활폐기물 수거는 거제시를 6개 구역으로 나눠 6개 업체에서 대행하고 있다. 작업은 보통 3명의 수거업체 직원이 새벽 3시30분부터 약 7시간 동안 진행한다. 최종적으로 자원순환시설에 도착해 일을 마무리하면 보통 낮 12시가 넘는다. 악취와 안전사고 위험에도 시달리는 수거업체 직원들은 초복이 지난 아침에도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고현지역 쓰레기 수거를 맡고 있는 노계선씨(70)는 "쓰레기문제 답이 없다"며 "종량제 봉투에 유리병 등 무질서하게 담긴 쓰레기를 옮겨 싣는 과정에서 다치기도 한다"고 땀방울을 연신 흘렸다. 고현동 골목을 일일이 돌면서 쓰레기봉투 속을 확인한 결과 노씨의 말은 사실이었다. 재활용 쓰레기 일부를 분리 배출한 사업장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종량제봉투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2014년 거제시 쓰레기 재활용률은 52.2%로 집계됐지만 상가에서 나온 쓰레기는 이 수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있었다.

쓰레기 수거차량 운행을 맡고 있는 서상국씨(67)는 공동주택 쓰레기 수거를 마치고 상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아파트 쓰레기는 상대적으로 분리 배출이 잘 되는 편"이라며 "상가지역 쓰레기는 음식물쓰레기가 함께 들어있어 무게부터 확연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또 "상가 쓰레기는 어느 가게에서 배출했는지 티가 안나기 때문에 더욱 무질서 하다"고 덧붙였다.

음식물 쓰레기는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전용 용기에 납부칩을 부착해 배출해야 하지만 붉은색 일반쓰레기 봉투에 물기가 흥건한 채 그대로 담겨있었다. 게다가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놓거나 매듭을 제대로 묶어놓지 않아 내용물이 절반은 튀어나와 있는 등 분리배출은 커녕 봉투에도 제대로 담겨있지 않은 상태의 쓰레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난잡한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될까. 노계선씨는 "분리 배출이 안 됐다거나 난장판이 된 쓰레기봉투를 수거하지 않는다면 거제시 전체는 하루 만에 쓰레기 천국이 될 것"이라며 "자원순환시설에서 분리 안 된 쓰레기나 종량제봉투에 담겨있지 않은 쓰레기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손사래를 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물이 그대로 담긴 봉투를 힘겹게 옮겨 실으며 노씨는 "음식물 쓰레기는 소금기 때문에 소각 시 다이옥신이 발생해 처리 과정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며 "수거하지 않는 법도 한 가지 방법이긴 하지만 방치해 놓으면 거제시도 민원 처리과정에서 은근히 전량 수거하라고 업체에 지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상가지역 수거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노씨는 수거차량의 압축기에서 옆으로 떨어지라고 지시했다.

노씨는 "쓰레기가 적재함에 압축되면서 일정량이 차면 압력에 의해 국물이 튄다"며 "분리가 잘 된다면 이런 일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현 도심지 수거를 마치면 고현동 A아파트로 향한다. 공동주택은 비교적 분리배출이 잘 된다는 평가가 있지만 A아파트는 예외였다. 쓰레기 국물이 흐르고 분출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반면 고현 서희스타힐스 아파트의 쓰레기 수거작업은 한결 수월했다. 분리수거장이 설치돼 있고 종량제봉투에 안 담긴 쓰레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거작업을 마무리 하던 이경민씨(32)는 "같은 동지역이라도 상가와 아파트지역 쓰레기가 판이하다"면서 "배출이 잘 된 쓰레기를 수거할 땐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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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향기 2015-07-20 08:21:00
읍면 지역및 농촌 지역 원룸 지역등 분리 수거장이 절실 합니다.
아파트 처럼요.
돈 조금만 들이면 더큰 이득이 올텐데요 항상 쓰레기장 보면 아쉽고 더러움이 남습니다.
동네 다니다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