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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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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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씨구 씨구 들어간다 /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국어사전에는 '각설이'를 '예전에 장이나 길거리로 돌아다니면서 장타령을 부르던 동냥아치인 장타령꾼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 '장타령'은 또 뭔가?

"일 자나 한 장을 들고 보니 / 일편단심 먹은 마음 / 죽으면 죽었지 못 잊겠네…"로 시작하여 일(1)에서 장(10)자까지를 사설로 풀어내는 장(十)타령과 전국의 유명 오일장의 이름과 지명을 기억하기 쉽도록 엮어 부르던 '장(場)타령'이 있다. 장(十)타령의 경우 화투놀이에서도 10월 단풍을 장이라 부르는데 이는 10이라는 발음을 점잖게 전이시킨 용어이다. 십왕(十王)을 '시왕'으로, 10월을 '시월'로 부르는 것도 같은 이치다.

오늘날에는 각설이타령과 장타령이 한 레퍼토리로 혼합되어 버렸지만 본래 각설이타령은 거지들이 기운 누더기 입고 깨진 바가지를 두들기며 식사 때가 되면 남의 집 대문 앞에 서서 구걸할 때 부르던 노래로 자신의 한과 비애가 서린 타령이었다.

어떤 사람은 각설이타령을 '깨달을 각(覺), 말씀 설(說), 이치 리(理)'로 설명하면서 지배층을 해학과 풍자로 조롱하며 울분을 달랜 떠돌이 가인으로 보는데 이는 지나친 비약이다. 각설이타령은 각설이들의 신세타령이라면 장타령은 서민들의 노래라는 차이가 있다.

품바라는 명칭은 '변강쇠가'에 나오는데 장단에 맞추어 입으로 흥을 돋우는 '입장구' 곧 '입으로 뀌는 방귀'라는 뜻이다. 1982년 전남 무안군 일로면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자유당 말기까지 전국을 떠돌아다니던 전설적인 각설이패 대장 천장근의 일대기를 연극 '품바'라는 이름으로 공연하면서 자연스럽게 품바라는 용어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제 '각설이'라는 말이 '품바'로 대체되면서 구걸하는 각설이에서 공연하는 각설이로 바뀌었다. 얼마 전 충북 음성에서는 그 지방 출신 거지 성인(聖人) 최귀동을 기리는 품바축제를 올해 16번째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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