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다리
양반다리
  • 거제신문
  • 승인 20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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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조 때 박지원(朴趾源)이 한문으로 쓴 단편소설 '양반전(兩班傳)'에 보면 강원도 정선 땅에 관가의 환곡을 갚지 못한 양반이 있었는데 고을의 한 부자가 대신 갚아주고 양반자리를 사기로 한다. 군수가 부자에게 양반이 지켜야 할 갖가지 조목들을 문서로 적어주는데

'양반은 5경에 일어나 책을 읽어야 하고, 아무리 더워도 벗지 말고, 아무리 추워도 화롯전에 손을 쬐지 말며, 세수할 때는 허리를 곧게 펴고 얼굴을 꼿꼿이 세운 채 해야 하고, 급한 일이 있어도 상민처럼 종종걸음으로 걷지 않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앉을 때도 소위 '양반다리'라 하여 한쪽 다리를 오그리고 다른 쪽 다리를 그 위에 포개고 앉는 자세여야 하는데 이게 평소 버릇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대단히 불편하다. 얼마 앉아 있지 않아 쥐가 날 정도로 다리가 저리고 사타구니 부근에 극심한 통증이 오기 때문이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양반다리 앉기다.

양반다리와 비슷한 것이 부처님의 좌법이라는 가부좌(跏趺坐)가 있다. 가(跏)는 발바닥, 부(趺)는 발등으로 두 발을 구부려 각각 양쪽 허벅다리 위에 얹고 앉는 '결가부좌'와 한쪽 발만 얹고 앉는 '반가부좌'가 있다.

결가부좌를 여래좌(如來坐)라 하고, 반가부좌를 보살좌(菩薩坐)라 하는데 결가부좌는 살이 적은 동남아 사람들에게 적합한 자세고, 우리에게는 힘든 자세라서 보통 참선을 하거나 수행할 때 반가부좌를 주로 하게 된다.

불교가 다른 종교와 다르게 좌식이 특징이듯이 우리 전통문화도 일찍부터 온돌의 발달로 좌식문화에 익숙해 있었지만, 서구 스타일의 의자문화가 도입되면서 양반다리는 푸대접을 받았는데, 최근에 와서는 건강자세로 인정을 받고 있다.

며칠 전 연변 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통 조선족 가옥을 방문해 신발을 벗고 방안에 들어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마을 사람들과 얘기하는 사진이 우리에게는 퍽 친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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