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열린 전국씨름대회에서 거제초등학교 6학년 안병근 학생이 준우승을 차지해 화제다.
취미로 씨름에 입문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초보선수가 전국의 내로라하는 강자를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병근 학생은 방과 후 수업과정에 속해 있는 전통놀이 과정 중 씨름을 선택해 운동을 시작했고 소년체전 참가를 위한 경상남도 대표 선발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전국대회 무대에 올랐다.
씨름을 시작한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병근 학생은 평균 2~3년의 운동경력을 지닌 선수들과 맞붙어 파죽지세로 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초·중·고 어디에도 씨름 연고가 없는 거제지역에서 짧은 기간에 이룩한 성과는 실로 놀랍다.
거제초교의 경우 3년 전 지역출신 씨름선수이며 이 학교 출신인 윤경호 장사의 재능기부로 1년 동안 씨름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자연스럽게 체육보조 수업강사도 씨름을 전공한 교사가 참여해 씨름을 전통놀이 중 하나의 운동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병근 학생의 담임교사이면서 씨름담당 교사이기도 한 홍성현 교사는 지난해부터 씨름부를 관리하고 담당했다.
병근 학생의 기량을 발견한 홍 교사는 학생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정열을 쏟았다. 거제씨름협회를 찾아가 병근 학생이 더 많은 기술을 배울 수 있게 할 스승을 찾아 다녔고, 대련할 선수를 찾기 위해 주말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통영과 진주·울산·태안 등지를 돌며 보냈던 시간들이 병근 선수의 기량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홍 교사는 "병근이는 처음부터 씨름을 하고자 하는 욕심이 컸다"면서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의 목표가 정해지고 나서 기본체력운동을 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운동을 했어야 했는데 그 어려운 과정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홍 교시는 "병근이의 재능과 욕심이 내 정열을 되살린 것 같다"며 "소년체전에서 끝날 수 있었던 도전이 전국체전으로 이어졌고 이 작은아이가 전국을 재패한다는 것에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거제에서 병근 학생의 재능을 꽃피울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씨름부는 커녕 아이들을 위한 클럽도 없기 때문이다.
홍 교사는 "'우수한 성적이 나왔고 재능이 있으니 씨름을 더 해라'라는 말을 병근이에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아무리 재능이 있고 성적이 좋아도 병근이가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거제를 떠나 진주나 울산 등으로 학교를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많은 타 지역에서 병근 학생을 데려가기 위해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어른들의 걱정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병근 학생은 "씨름은 지금 내가 잘하고 재미있어 하는 운동이긴 하지만 취미활동에 불과하다"며 "꿈이 경찰관이다.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운동을 해 경험을 쌓아야 하기에 중학교에 가면 다른 운동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 교사는 "병근이를 통해 배운 것이 많다"면서 "병근이와 함께 한 경험이 학급운영과 교사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