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과 달라진 총기규제로 인해 유해조수 포획이 늦어지면서 지역농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멧돼지와 고라니 등의 야생동물은 주로 밤에 활동하지만 올해부터 일몰 후 총기를 반납해야 돼서 유해조수 자력구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덩달아 하소연 할 곳 없는 농민들의 신고가 거제시로 몰려 올해 6개월 동안 57건의 유해동물포획이 허가됐다. 2014년 전체 허가 건수가 26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가파름을 알 수 있다.
2015년 지역별 유해동물포획 허가건수를 살펴보면 사등면이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거제면 9건·장목면 8건·일운면이 7건 등으로 집계됐다.
멧돼지·고라니는 보통 동일한 지역에 출몰하고 있고 고구마와 고추밭의 피해가 가장 심각했다. 멧돼지는 한 번 해당지역에 출몰하면 3~4일 사이에 다시 같은 곳에 나타나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2차 피해도 발생되고 있다.
시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총기사고가 유해조수 포획단에 의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전체 총기규제가 강화되면서 작년에 비해 포획단의 출동 절차가 까다로워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역단위로 일괄 포획이 가능했다"며 "포획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전화통화로도 바로 출동 가능했다. 하지만 피해확인 작업이 사전에 필요하고 단독 총기반출이 불가능해 올해 포획허가 신청 건수가 월등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유해조수 접근 방지를 위한 전기울타리에 관해서는 "울타리 주변 풀들이 자라면서 전기선에 닿게 되면 전류가 땅으로 흡수 돼 버리기 때문에 접근 동물에게 충격을 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면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해 농사를 망친 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늘어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등면 이장협의회 제성춘 회장은 "동물이 야간에 몰래 다녀가기 때문에 잡기 힘들고 유해조수 포획단의 출동이 제시간에 이뤄지지 않아 당하고만 있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장목면 이장협의회 김지수 회장은 "유해조수 포획단의 출동도 늦고 멧돼지를 잡지도 못해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었으나 힘 좋은 멧돼지에게 무용지물이기 일쑤"라면서 "칡넝쿨 때문에 사냥개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 멧돼지를 놓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불을 질러 넝쿨을 없애고 싶었다"며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거제경찰은 주야간으로 조를 나눠서 유해조수 포획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17~20명의 유해조수 포획단이 활동하고 있고 7명은 야간조로 운영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총기의 주요 부품만 영치하거나 유해조수 자력구제용으로 20~30일간 총기를 자가 보관할 수 있었으나 총기 사고 예방을 위해 어쩔수 없이 모든 총기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해조수 방지단의 구성원에 대한 문제점도 있다.
경남수렵협회 거제시지부 김치욱 전 회장은 "현재 꾸려진 유해조수 방지단 중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회사원과 사냥개를 보유하지 않은 인원도 있어 효과적인 포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역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유해조수를 즉각 포획 가능한 인원을 대상으로 추가로 포획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시는 유해조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가장 심각한 수확기에는 유해조수 피해 방지단을 8월 중순부터 11월말까지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