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은 지위가 최고의 품계에까지 이르렀는데 이제 더 이상 무엇을 바라기에 센머리를 그리 뽑고 계시오?』하였더니 오봉이 대답하기를 『허허, 그런 게 아닙니다. 내가 무슨 욕심이 있어서 가 아니라 살인자를 용서하지 못하는 겁니다.』『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들어 보시오. 옛날 한나라는 법이 지극히 관대했지 않소, 사람들이 지켜야할 법 세 가지 말고는 다 용서가 되었지요. 그러나 살인자는 반드시 죽였지요. 요놈의 백발이라는 놈은 너무나 사람을 많이 죽이는 참 나쁜 놈이라 부득이 이놈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백발을 두려워한다.
고려후기의 학자 우탁(禹倬)은 「한 손에 막대 짚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하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하며 오는 백발 막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는 시가 모든 사람들의 심정을 잘 대변해 준다.
만년에 귀양에서 풀려난 이백이 추포(秋浦)에 와서 거울을 보고 이미 늙어버린 자기 모습에 놀라서 지은 시 가운데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라는 글귀는 문학에 있어 과정적 표현의 좋은 예시가 된다.
그러나 흰머리는 경륜의 상징이며, 삶의 면류관이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머리카락이 희어짐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마음이 늙어짐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 호 거제신문에 거제에 살고 있는 100세가 넘은 사람 네 분을 소개했다. 장수한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진실한 소망일진데 아직도 정정하게 살아가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런데 네 분 모두가 여자라는 점, 그리고 네 분 중 두 분이 하청면에 살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