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더 달라하면 욕 먹어요”
상추 “더 달라하면 욕 먹어요”
  • 김석규 기자
  • 승인 2007.10.04
  • 호수 1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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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 이상기온 여파로 채소값 고공행진

“식당에서 상추, 김치 더 달라고 하면 욕 들어 먹어”
“상추를 삽겹살에 싸서 먹어야 할 판이네”

9월22일 추석을 앞두고 차례를 지내러 오는 친지들에게 전어회 맛을 보여주기 위해 옥포중앙시장을 찾은 주부 김씨(41)는 깜짝 놀랐다.

김씨는 4만원을 주고 전어 2㎏을 샀다. 그리고 상추를 사기 위해 시장을 이 잡듯 뒤져 상추를 파는 곳을 찾았다.

상추 20장 남짓 접시에 올려놓은 상추값을 주인에게 물었다. 평소 1천원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상추의 값이 2천원이라고 답했다.

“1천원어치 아니에요”라고 되묻자 주인 아저씨는 “돌아봐서 알겠지만 요즘 상추파는 데가 잘 없어요, 한 상자에 1만원선에 거래되던 상추가 4만원까지 올라 아예 가져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9월30일 저녁 계모임 때문에 고현의 한 고깃집을 찾은 김모씨(40).

계원들끼리 삼겹살과 항정살 등을 구워 맛있게 먹던 김씨가 상추가 떨어지자 “아줌마 여기 상추 좀…”이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계원 최씨가 얼른 김씨의 말을 끊는다.

김씨는 최씨로부터 “요즘 이 친구 상추값이 얼마나 비싼지 모르는 모양이군, 요즘 식당에서 상추, 배추 더 달라하면 욕 들어 먹어 이 사람아”라고 한마디 들었다.

김씨는 상추, 배추값이 엄청 올랐다는 말을 듣고는 “삼겹살을 상추에 싸 먹는 게 아니라 상추를 삼겹살에 싸 먹어야 할 판이네. 요즘 식당에서 상추 더 달라하면 큰 일 나겠군, 조심해야겠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9월부터 시작된 채소값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시장과 식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태풍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온으로 채소류 출하량이 줄면서 9월부터 시작된 채소 값 강세가 김장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계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으나 일부 농산물은 폭등세를 보였다.

지난 2일 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채소 관측 월보’에 따르면 지난달 배추(상품)의 10㎏당 도매가격은 8천8백37원으로 8월보다 62% 올랐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 달 배추 상품 10㎏ 도매가격이 6천5백원 수준으로 9월보다는 떨어지겠지만 평년 같은 달에 비해 37%정도 비쌀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가격 하락으로 준고랭지 2기작과 가을배추 재배 면적이 줄면서 가을 배추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6%, 평년보다 3% 적을 것으로 추정돼 김장철 배추 값은 급등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무도 올해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데다 파종시기 집중호우로 생육까지 나빠져 생산량이 줄어 11~12월 가격이 평년보다 비싸질 것으로 예상됐다.

마늘과 양파도 태풍의 영향으로 지난달보다 값이 더 오르고, 대파와 쪽파 값도 출하 면적 감소와 작황 부진으로 11~12월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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