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청춘' 당신과 거제
'지지 않는 청춘' 당신과 거제
  • 거제신문
  • 승인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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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운

▲ 김시운
예전의 거제가 아니다. 안전했던 거제에서 안타까운 거제가 된 듯하다. 뉴스와 신문엔 온통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적자 실적 사태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서울에서 증권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고향이 거제라는 이유만으로 고객들의 주식 투자금 문제로 선배 직원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IMF도 견딘 우리 거제가 더 이상 불황을 이겨내는 도시가 아닌 듯하다.

나는 89년도에 옥포동에서 태어났다. 거제도에 조선소가 1970년대에 들어섰고 지금 내 또래 20대 청년들은 거의 조선회사원의 2세대들이다. 우리 집안에는 조선소를 다니는 사람이 삼촌, 사촌 통틀어 한 명도 없다. 보통 아버지께서 조선소에 근무하시거나 형제, 친척들 중에 조선소를 다니는 분이 꼭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회사 실적과 손실, 불황에 대한 보도는 바로 우리와 우리 가족들의 한숨으로 이어진다.

우리 청년들은 지금 가시밭길에 안개까지 자욱한 길을 끝이 안보이는 상황에서 헤쳐 나가는 듯하다. 며칠 전 '젊은 거제, 평균연령 36.2세'라는 기사가 있었다. 전국 평균에 비해 4.1세나 평균연령이 낮은 청춘의 도시다.

이유는 양대 조선소에 근무하는 청년들의 영향이 클 것이다. 우리 청년들은 밝은 햇살을 안고 희망의 레이스를 해야 할 나이에 기업의 어닝쇼크, 구조조정, 연봉삭감, 임금 동결이라는 암흑같고 듣기 불편한 이야기들을 매일같이 접하고 있다.

조선소에 근무하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회사 인근 상인들도 모두 곡소리를 내고 있다. 권리금과 임대료 상승은 극에 달해있고 유동인구와 매출은 예전 같지 않아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또 상가 임대료는 어찌나 비싼지 심지어 거제에서 창업할 비용과 더 큰 도시에 유동인구 많은데서 안전하게 창업할 비용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평생 모은 돈이나 퇴직금으로 창업하는 가게가 십중팔구 3년에서 5년을 못 버티고 망한다고 한다. 이렇게 위험하기 짝이 없는 투자를 생계를 위해 한다는 현실이 너무 참혹하다.

청년과 청년의 가족들은 조선소의 호황을 바라보며 근무하고 장사를 한다. 조선소는 거제 시민의 애환이다. 우리네 인생이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와 가족이 이번 사태에 최대 피해자이다. 연일 보도되는 경기 불황, 우리나라 조선사업의 부재, 산업은행의 관리 감독 소홀 같은 내용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거제시민들의 생계이다. 1세대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모든 것들을 우리 2세대 청년들이 바통을 받아 쥐고 나가야 하는데, 바통 자체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사라져 버려 쥐고 달릴 겨를이 없다.

하지만 나는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여건과 악재 속에도 아무 일도 없었듯 다시 일어설 것이라 믿는다. 기다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먼저 나아가는 희망의 퍼포먼스가 우리 청년들에게 필요하다.

우리의 아버지들께서 장평과 옥포만을 개척해서 무에서 유를 창조했듯이 다시 한 번 숭고한 승리의 희극을 청년들이 쓸 차례이다. 바로 이 청춘의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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