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수 넓은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배기량 많은 승용차를 탄다고 해서 적게 먹고 적게 싸는 칠점무당 벌레의 삶보다 우월한 게 아니고 나의 밥그릇이 소중한 만큼 남의 밥그릇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
그는 고등학생이라는 시를 통해 학생들의 아픔도 노래한다. "이마가 푸르게 빛나고 심장이 붉게 뛰는 고등학생들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교실에 가둬두었다"면서 "아직은 어려서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열심히 미래를 준비해야 할 나이라고, 순응과 복종이 미덕이라고 그럴듯하게 꼬드겨서 말이다"라고 신랄하게 현실을 비판한다.
또 시인은 고향이라는 아름다운 말의 사라짐도 아파하고 있다.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은 곳을 고향이라고 말해도 될까? 그 많은 노래와 시에 고향이 등장하던 시절은 갔다. 이러다가 사전에서 고향이라는 단어마저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렇다 해도 설마 간절한 그리움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연어'라는 책을 통해 안도현을 처음 접했다. 작은 것에 대한 아름다운 느낌들을 늘 느끼곤 한다.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과거의 삶에서 더 넓은 평수 배기량 높은 차가 삶에 목표였던 적도 있었다. 지금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인생의 여러 가지 바람들 속에 한 가지가 아닐까?
살아온 만큼 더 살아갈 날들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남은 삶들은 좀 더 내려놓고 살고 싶다. 빠르게 더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보다는 구불구불 한 길을 가고 싶다.
이 책은 추억을 많이 떠올려 줬다. 내가 가족사진이 있었던가 하며 앨범을 뒤져봤다. 아버지 환갑잔치 때 찍은 사진이 있었다. 사진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땐 몰랐다. 내 부모가 얼마나 훌륭한 부모였는지. 내가 자식을 낳고 키워보니 아버지 어머니 너무나도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