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위질빵'이라는 풀이 있다. 나무를 감고 올라가며 자라는 덩굴식물인데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8월 한여름에 하얀 꽃이 무리지어 핀다. 북한에서는 그냥 '질빵풀'이라고 한다. '질빵'이란 짐을 질 때 사용하는 멜빵을 말한다. 그런데 사위질빵은 넝쿨식물이지만 약해 잘 끊어지는 약점이 있다.
가을걷이가 시작되면 대개의 사위는 처가(妻家)에 가서 농사일을 도와주는 게 된다. 다른 농부들과 같이 사위도 볏짐을 져야 하는데 그렇다고 사위만 쉬라고 할 수가 없어, 사위에게는 사위질빵 줄기로 멜빵을 만들어 주어 조금씩 지고 쉬엄쉬엄 일하라는 장모의 배려가 담겨 있는 풀이름이다.
한국 장모와 다르게 미국 장모는 사위와 여간 관계가 좋지 않다. 장모는 간섭 많은 잔소리꾼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식 농담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는 누구일까?'하고 물으면 '아담'이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아담에게는 장모가 없으니까'
사위 사랑이 장모라면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했는데 이제 그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고부(姑婦)갈등' 대신에 오히려 '구부(舅父)갈등'이 더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역사적으로 구부갈등으로 나라까지 망친 예가 흥선대원군과 명성왕후다. 안동김씨 60년의 세도정치는 외척이 원인이라고 생각한 대원군은 부모도 없이 자란 고아를 왕후로 삼았다가 된통 당하고 만 것이다.
오늘날의 구부갈등은 은퇴 이후 사회 활동이 줄어든 시아버지들이 아들 내외의 결혼 생활에 쏟는 자상한 관심이 오히려 '간섭 많은 시아버지'로 거치적거리기 때문이다. 이미 '멀어야 좋은 처가'에서 '멀어야 좋은 시가'로 바꿨다는 것을 시아버지들만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