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군인이었던 어느 날 어떤 관료와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 그 시각에 맞추어 약속 장소에 나왔지만 관료는 늦었다. "5분 지각입니다." 웰링턴은 시계를 보며 매우 불쾌하게 말하자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지요. 불과 5분 늦었을 뿐입니다." 그러자 웰링턴은 "불과 5분이라고요? 그 5분이면 우리 군대가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또 만나야할 일이 생겼다. 지난번에 5분 늦어 무안을 당한 관료는 약속보다 일찍 나와 기다렸다. 웰링턴이 오자 관료는 "각하, 이번에는 제가 5분 먼저 나왔습니다."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웰링턴은 얼굴을 찡그리며 "자네는 시간의 가치를 모르는군, 아까운 시간을 5분이나 낭비하다니 아깝기 짝이 없는 일이야"
우리는 시간(時間)과 시각(時刻)을 더러 동의어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둘은 다른 개념의 낱말이다. 웰링턴 장군과 관료가 만나기로 한 것은 약속시각이고, 5분이라는 흐름은 시간이다.
시간은 '때 시(時)'자에 '틈 간(間)'자가 붙어 '때와 때의 틈', 즉 공간을 말한다면, 시각은 '때 시(時)'자에 '새길 각(刻)'자가 붙어 '시간을 새긴 자리' 곧 어떤 시점을 말한다. 예를 들면 '여객선 출발시간이 다 되었는데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틀린 어법이고 '여객선 출발시각이 다 되었는데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가 바른 표현이다.
시점의 통일은 삶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A가 생각하는 12시와 B가 생각하는 12시가 다르다면 사회생활은 혼란이 오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남과 북은 남쪽이 생각하는 12시와 북쪽이 생각하는 12시가 다르게 되었다.
지난 8월15일부터 북한은 표준시간을 30분 늦추어 버려 남북이 시간마저 달라지는 또 하나의 분단을 낳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