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 열 번째 집을 샀습니다”
“셋방살이 열 번째 집을 샀습니다”
  • 백승태 기자
  • 승인 2007.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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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읍 환경미화원 조해도 씨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3시.

다소 쌀쌀해진 가을바람을 맞으며 출근을 서두르는 환경미화원 조해도씨(신현읍·58)의 남다른 출근길은 10년째 계속된다.

거리가 깊이 잠든 새벽 빗자루를 들고 어김없이 자신의 담당구역인 고현사거리에 도착, 거제교육청 인근까지 한 바퀴 돌며 거리를 청소한다.

밤새 어지러진 담당구역을 깨끗이 쓸고 닦고 나면 아침 6시, 새벽청소를 마치고 집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전 9시에 근무처인 신현읍사무소 환경미화원 대기실에 도착, 본격적인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시내 구석구석을 돌며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워 담고, 종량제봉투에 담지 않아  수거업체가 수거를 외면하는 불법 배출된 쓰레기들을 별도로 수거한다.

퀘퀘한 냄새가 나는 검은색 비닐봉투들을 하나하나씩 꼼꼼하게 들춰보고 무단 투기자를 적발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위해 심한 악취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뒤지기도 한다.

불법 쓰레기봉투에는 음식쓰레기가 묻어 있는 비닐, 깨진 술잔 등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온갖 잡다한 쓰레기가 뒤섞여 있지만 무단 투기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투기자들이 교묘하게 증거가 될 만한 것은 모두 없애고 버리기 때문이다.

조씨는 “경제가 발달하고 문화가 향상된 만큼 쓰레기 배출 시민의식도 높아졌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분리수거를 당부했다.

거제시 환경미화원 가운데 가장 나이(실제 나이 59세)가 많은 조씨는 호적이 3년 늦게 된 덕분에 2009년 정년퇴임한다. 이순을 눈앞에 둔 만큼 인생역정도 드라마틱하다.

1969년 5월 해병대에 지원입대 해 그해 10월 베트남전투에 참전, 수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긴 후 71년 11월 귀국했다.

“월남의 달밤이 너무 밝아 하루 밤에 편지 1백통도 쓰기도 했다”는 조씨는 “하루에 편지를 너무 많이 쓰다 보니 편지 내용이 뒤바꿔 여자 친구에게 가야할 편지가 아버지께 전달돼 난리를 겪기도 했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는 또 “지금도 날씨가 추울 때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등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귀국과 동시에 대우조선에 입사하면서 고향 마산을 떠나 거제에 정착한 후 20년 동안 조선소에 근무했다. 조선소에서도 위험한 일을 도맡아 했고,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나는 동료들을 수차례 본 후 조선소를 그만두고 환경미화원일을 시작했다.

빈손으로 거제에 내려와 고현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하는 아내와 함께 셋방살이 아홉 번 후 열 번째 28평짜리 집을 샀다는 조씨, 열한번째 1백20평 집으로, 3년전 3층 새집을 지으면서 그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전한다.

아들 둘을 대학원과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이제 큰 걱정 없다는 조씨는 “퇴직 후 아담한 섬에 들어가 자그마한 배를 사 낚시도 하고 민박도 하며 여생을 보낼 것”이라며 소박한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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