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눈과 보이지 않는 눈
보이는 눈과 보이지 않는 눈
  • 거제신문
  • 승인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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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귀식 칼럼위원

▲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고다이버 부인은 11세기 영국 코벤트리지방 영주의 아내였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당시 가혹한 조세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농민들의 형편을 긍휼히 여기면서 세금을 줄여줄 것을 영주인 그녀의 남편에게 탄원하였으나 남편은 그녀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다이버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남편에게 간청하게 되는데, 이에 그녀의 남편이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하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나체로 말을 타고 나의 영지를 한 바퀴 돈다면 농민들의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자신의 부인 고다이버가 그 같은 행동을 절대로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다이버 부인은 번민 끝에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새 날이 밝아오자 그녀는 정말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머리카락으로만 자신의 몸을 가린 채 말을 타고 남편이 다스리고 있는 코벤트리 지방을 한 바퀴 돌게 됩니다.

이에 감동한 영지의 농민들은 그녀가 출발하는 시간이 되자 전부 집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친 채 밖을 보지 않고, 무거운 정적 속에서 알몸 시위가 잘 끝나게 되기를 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숭고한 모습을 보고 그녀의 남편인 영주는 아내의 행동에 감화돼 농민들의 세금을 낮춰 줬을 뿐 아니라 선정을 펼쳤으며 그 결과 농민들은 그녀의 희생정신에 감동해 고다이버를 높이 추앙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사건이 펼쳐지고 있었을 때 창문과 커튼사이로 그녀의 알몸을 유심히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었고 그의 이름이 바로 톰이었습니다. 톰이 고다이버부인을 몰래 바라본 것이 탄로 나게 됐고 이로 인해 많은 매를 맞아 정죄를 당함으로써 관음증의 대명사가 된 것입니다. '피핑 톰(Peeping Tom)'이라는 말이 생겨난 유래입니다.

얼마 전 드론 몰래카메라가 누드 해변을 촬영했다는 뉴스를 본 바 있습니다. 이미 초미니 드론이 개발됐고 이 드론이 몰래카메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염려가 나온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주간에는 유명 워터파크 샤워실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이 유출돼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여성들을 촬영·유포하는 성폭력 범죄가 지난 5년 사이 5배 이상 급증했다고 합니다. 지난 27일 경찰청이 밝힌 보도 자료에 의하면 2010년 한 해 1134건이었던 '몰카범죄'가 지난해 6623건으로 크게 늘어남으로써 하루 평균 18건의 '몰카' 범죄가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눈에 보이는 눈(카메라)이 있는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 우리의 삶의 모습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며 녹화하고 있는 몰래 카메라도 없잖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이 같은 사실을 바로 알고 우리 시민들은 범사에 말과 행동을 취함에 있어서 조심성과 신중함을 꾀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우리 눈에 보이는 눈동자뿐만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 우리를 유심히 감찰하며 지켜보고 있는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며 행동해야 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시민들은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눈만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고등동물로서의 삶이 아니라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를 지켜보시며 감찰하시는 하나님의 눈과 진리의 눈, 정의의 눈을 의식하면서 성숙한 인간의 길을 걸어가는 영원의 순례자가 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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