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불황속 희망을 노래하다
거제, 불황속 희망을 노래하다
  • 류성이 기자
  • 승인 2015.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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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rry night 2015 외국 선주사 초청행사, 지난달 28일 문예회관 대극장서 열려
선주사 측 "어려운 환경에 처했지만 우수한 선박건조 능력 가진 두 조선사를 믿는다"

조선의 경기 불황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The starry night! 2015 외국 선주사 초청행사'가 지난달 28일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거제시(시장 권민호)가 주최하고 거제상공회의소(회장 원경희)가 주관하며 대우조선해양(주)·삼성중공업(주)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양 조선사의 선주사 관계자와 가족·친구 등 400여명이 함께했다.

강덕출 부시장은 개회사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두 조선소가 잘 해낼 것이라고 거제시민들도 믿고 있다"며 "선주사 관계자들과 거제시민이 조화를 이뤄 위기를 잘 극복해내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강 부시장은 또 "이 행사가 선주들과 가족·친구들에게 오래도록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삼성조선소 선주사 대표로 답사한 Chevron사의 크리스 케이시씨는 "거제시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쾌적한 자연환경을 안겨준다"며 "비록 현재 힘든 상황이지만 양대 조선사의 우수한 선박건조능력을 믿는다"고 격려했다.

크리스씨는 "언어와 외모는 전혀 다르더라도 음악은 만국공통어"라면서 "음악을 통해 친구들과 가족들이 고향과 거제를 생각할 수 있는 즐거운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온 김복희 시의원은 "오늘 행사는 지역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거제에 대한 이미지가 변색되지 않도록 하는 거제시의 노력"이라며 "조선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길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을 선주사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남편을 따라 거제로 온 나디아씨(Nadia·32)는 "거제 조선업이 활성화가 돼야 우리 가정도 편해진다고 생각한다"며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 조선 근로자와 상생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언어는 달라도 문화로 소통하는

평소 자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외국인들을 위해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로비에서는 선주사 부인회 그림이 전시됐다. 식전부터 그림 전시회를 보기 위해 모였던 이들은 언어는 달라도 가지각색의 표현력으로 그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그림에 궁금한 이야기를 바로 묻고 답할 수 있었다. 많은 작품들 중 동양화와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전시를 보는 이들에게 가장 관심을 받았다.

영국에서 온 레이첼양(Rachel·11)은 "나와 다른 국가에서 왔지만 거제를,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다양한 표현력에 흥미가 간다"며 "외국인이 그렸기에 다른 작품보다 '승무'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식씨(55·장승포동)는 "서양인의 서양화는 자문화지만 동양화 특히 한국 춤인 '승무'를 소재로 한 그림은 우리나라 사람도 잘 모를 수 있는데 절제미까지 돋보이게 해 한참을 들여다봤다"면서 "작가인 안젤리카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말이 다 통하진 않아도 우리 문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감탄했다.

가로등 빛이 비추는 밤거리의 그림을 한참이나 보던 리디아씨는(Lydia·37) "친구 작품이지만 그림에 대해서 잘 몰라 무심코 지나쳤는데 고향인 러시아 밤거리였다"며 "친구들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보고 싶었던 고향 거리를 그림을 통해서라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음식이 마련된 왼쪽에는 선주사 부인회의 그림 전시회가, 오른쪽에는 거제도 애광원에서 만든 수제빵과 원예식물·용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한복 입은 토끼 인형에 관심을 갖던 미국에서 온 미쉘씨(Michel·55)는 "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느질 하나하나에 정성이 얼마나 쏟아져 있는지 가치를 따질 수가 없을 정도"라며 "이 인형 자체가 큰 감동"이라고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로비 외부로는 술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자리와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전통놀이인 투호와 고리 던지기·미니 골프대 등이 설치됐지만 아이들을 다 수용하기에는 협소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시설을 잘 이용해 지켜보던 어른들도 놀라워하며 기특해했다.

이진미씨(36·장승포동)는 "주변에 외국 아이들을 자주 접할 수는 있어도 함께 어울리는 일은 드물었는데 매일 만났던 친구처럼 잘 지내는 것 보니 괜히 흐뭇하다"고 말했다.

웃고 즐기며 하나 된 축제의 장

3시간30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는 30분 무대 공연 후 20분 휴식 시간을 가지며 관객들이 충분히 여유를 갖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식전 무대행사로 거제도 애광원의 사물놀이패 공연이 열렸다. 박자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노력과 열정에 큰 박수가 쏟아졌다.

김희정씨(39·아주동)는 "완벽한 무대가 아니었기에 더 감동적인 무대"였다며 "나뿐만 아니라 함께 온 외국인 친구도 말로 설명 못할 감동이 느껴진다고 하니 음악은 참 위대한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잔씨(Jann·68)는 "야외에 설치된 바에 각종 칵테일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서 "애광원의 공연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관객도 알 수 있을 만큼 열정적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본격적인 공연 첫 번째는 다국적 외국인으로 구성된 'Twilight-zone' 밴드 무대였다. 구성원 중 유일한 여성 멤버의 파워풀한 보컬이 분위기를 들썩이게 했다. 내·외국인들 모두 좋아할 만한 곡 선정으로 열띤 분위기를 이끌었다.

20분 휴식 뒤 이어진 두 번째 무대는 '왓 어 서커스(What a circus)' 밴드였다. 인지도가 낮아 내국인들도 잘 모르는 밴드였지만 실력 좋고 재치 있는 그들의 무대에 관객들 모두 일어서서 함께 춤추고 즐겼다.

옥포에서 3년 째 거주 중인 줄리아씨(Julia·40)는 "아는 노래는 브라이언 맥나이트 곡밖에 없었는데 전혀 모르는 노래로 모두 일으켜 세우는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면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거제에서 만난 친구들과 웃고 즐기며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왓 어 서커스'는 관객들의 호응에 앙코르 곡 2곡을 더 불렀다. 하지만 노래가 끝난 뒤에도 '앙코르'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왓 어 서커스'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조재신씨(38)는 "영어가 능숙하지 못하기에 외국인들 상대로 하는 무대라 많이 망설였는데 호응이 너무 좋아 우리들도 정말 오랜만에 재밌게 놀았다"며 "외국인들은 전혀 모르는 노래일 텐데도 같이 흥에 맞춰 춤추는 모습에 다시 용기를 얻고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선주사와 함께 힘내야 할 근로자들 부재가 아쉬워

이날 행사에는 400여명의 선주사 관계자들과 가족·친구들이 함께 자리했다. 선주사 관계자들 중심의 행사였지만 지역 내 외국인 수 1만4536명(2015년 7월 말 기준)과 비교했을 때 3%도 안 되는 수다.

잔씨는 "거제에는 오늘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너무 적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며 "넓은 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힘든 시기를 같이 이겨내야 할 조선 근로자들의 부재가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부산에서 출·퇴근하는 박정민씨(36)는 "매년 하는 행사지만 올해는 특히나 조선경기가 좋지 않아 다 같이 힘내자는 차원에서 이뤄진 행사인데 파티의 주제에 맞게 선주사와 직접적으로 손과 발을 맞추는 근로자들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선업 관계자 김모씨(32·아주동)는 "어려운 상황에서 배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선주사들을 위한 행사이기는 하지만 지금 가장 힘든 건 어쩌면 근로자들일 것"이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주고 위안이 되는 행사로 이어졌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며 조심스레 의견을 내비쳤다.

또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파티에 어울리는 공연장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숙박업을 하는 나르기스씨(Nargis·38·옥포동)는 "사물놀이패도, 밴드 공연들도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이었는데 공연자와 관람객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며 "로비와 테라스에 무대를 설치했더라면 보다 파티 분위기도 나고, 공연도 가까이서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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