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환자,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는 익혀 섭취
지난 한 달 동안 거제 연안은 적조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지금 적조 현상도 다소 누그러지는 듯 하지만 우리 식탁에 올라가는 수산물 안전에 대해 긴장을 늦추기는 이르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름철 연안에 대규모 적조를 발생시키는 '코클로디니움' 적조생물은 독성이 없다. 이 적조생물은 다량의 점액질을 분비해 어류를 질식시킨다.
적조로 폐사한 어류는 전량 매립해 시중에 유통될 수 없게 돼 있어 시중에 유통되는 양식어류는 섭취를 해도 무방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어류 섭취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수산물이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맑은샘병원 장재영 부원장은 "각종 자료를 살펴본 결과 어류 섭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개류 섭취 시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패류는 어류보다 적조지역에서 오래 견딜 수 있고 적조로 인한 직접 폐사를 늦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적조지역 패류섭취를 할 경우에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부원장은 "실제 20년 전 부산 감천만에서 독화된 홍합을 먹고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독화된 패류를 섭취한 후 나타날 수 있는 질병 증상은 설사·구토·오심·복통 등이 있는데 이는 설사성 조개독이 있는 패류를 섭취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산물을 날것으로 먹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여름철 수산물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특히 6월부터 10월까지는 비브리오패혈증·장염비브리오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계절이라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비브리오패혈증과 장염비브리오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는 것을 가급적으로 피하고 어패류 조리 시에는 수돗물로 2~3회 충분히 세척한 후 반드시 횟감용 칼과 도마는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병이 있는 환자의 경우 어류, 패류 등 수산물 섭취를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일 조심해야 할 사람들은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장기이식수술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다.
단순 간염이나 알콜성 간질환 환자들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간경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적조 현상, 계절 관계없이 날것의 어패류는 물론 신선하다고 생각되는 어패류도 삼가는 게 좋다는 것이 장 부원장의 주장이다.
장 부원장은 "간은 우리 인체의 면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간경변 등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면역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고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기생충과 세균성식중독으로 인해 발병하게 되면 질병을 회복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불가피하게 어패류로 인한 독소와 세균성 식중독으로 구토·설사·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시에는 빨리 인근병원을 찾아 탈수를 예방하고 항생제 치료를 통해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