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뜨거웠던 문학의 열정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뜨거웠던 문학의 열정
  • 류성이 기자
  • 승인 2015.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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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거제선상문학예술축제,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개최
거제유배문학세미나·문학특강·시화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 진행

문인들의 축제인 거제선상문학예술축제가 지난 12일부터 13일 양일 간 거제문화예술회관 및 지심도·거제자연예술랜드·둔덕면 일원에서 열렸다.

올해로 19번째를 맞은 선상문학예술축제는 바다와 배를 주제로 하는 전국유일의 선상문학예술축제로 거제시가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이하 한국문협) 거제지부(회장 양재성)가 주관해 한국문협회원 130여명이 참가했다.

행사 첫날에는 거제문화예술회관 로비와 테라스에서 시화전시회, 문학지 전시회, 전통 연 전시회 등이 열렸다. 시구를 더 멋있게 꾸며낸 그림에 전시를 둘러보던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또 일부 문인협회 회원들은 장승포항·바람의언덕·학동몽돌해변·해금강 등 자유 관광을 하며 거제도 문화산책을 나섰다.

한국문협 회원은 "거제문학은 섬 특유의 정서가 담겨 있어 도심지에만 살았던 이로 하여금 호기심과 놀라움을 함께 안겨준다"면서 "거제 관광지를 둘러보니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문학 활동하는 것이 부러울 정도"라고 문화산책한 소감을 전했다.

오후에는 2시간 동안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거제유배문학세미나가 열렸다. 거제유배문학과 정과정곡의 재조명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양왕용 한국문협 부이사장이 사회를, 양진건 제주대 교수·송희복 진주교대 교수·고영화 고전문학연구가가 발제로 나섰고, 손영목 소설가·김복근 시인·정인호 수필가가 질의를 했다. 이어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의 환경의 변화와 시적 대응을 주제로 한 문학특강이 있었다.

양진건 제주대 교수는 '거제도, 제주도 두 섬에 관련된 유배인과 유배문화의 활용'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양교수는 "거제도와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배지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섬에 관련된 홍상·송시열·김진구·김춘택 등 유배인들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외국의 유배문화 활용 방안에 대해 얘기했다.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는 '정서의 정과정곡에 얽혀 있는 이야깃거리들'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정서와 정과정곡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갔다.

송 교수는 "정과정곡은 문학적 가치가 충분하다"며 "개인의 영달을 바라는 마음에서 창작된 것이 아니라 당대의 정치적인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반영되고 있고, 인간관계에서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거제도 창작 정서의 정과정곡'을 주제로 발제한 고영화 고전문학연구가는 정과정곡이 거제도에서 창작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고 연구가는 "'정과정곡'의 내용과 약 한달간 거제에서 의종과 정서가 재회한 점, 임춘의 시에 나타난 정서의 거제 유배생활을 유추하면 거제에서 창작한 작품임을 확신하게 된다"며 "앞으로 부산 동래보다 거제에서 창작됐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야하며 소중한 거제의 문화유산으로 가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거제문예회관 대극장에서는 이번 세미나와도 내용이 맞닿는 고려시대 무신정변 때 거제둔덕기성으로 유배됐던 의종과 정과정곡의 작가 정서의 만남을 주제로 한 거제무용협회(지부장 정애순)의 창작무용공연 '거제의종폐왕무'가 이어졌다. 의종이 유배되는 당시부터 유배된 후 좌절, 정서와의 만남으로 재기하는 순간까지를 무용으로 선보이며 관객들을 무대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거제지부 회원 홍종기씨는 "전에 폐왕무 공연을 봤을 때와 감회가 남다른 건 심포지엄 세미나 이야기를 듣고 난 후라 더욱 그런 거 같다"며 "무용과 심포지엄을 거제시민들에게도 선보여 시민들도 정과정곡이 거제에서 창작됐음을 널리 알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가 지고 선상문학축제 개회식이 열렸다. 거제문협 손영현 부회장의 내빈소개에 이어 한국문협거제지부 양재성 회장의 대회사, 권민호 거제시장을 대신해 김장수 안전행정국장의 환영사, 반대식 거제시의회 의장의 축사, 한국문인협회 문효치 이사장의 답사가 이어졌다.

양재성 회장은 대회사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산과 바다와 선상을 무대로 문학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어울러져 공감하는 축제로서 19년째 자리매김함에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거제도는 6.25전쟁과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문학, 고려 의종과 유배 관리들의 의한 유배문학, 한국문단의 거목 청마 유치환을 낳은 문학의 산실 등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고루 갖추고 있는 큰 섬으로 거제 특유의 문화역사적 자산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식후 행사로 통영·거제·고성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길벗'에서 준비한 심리퍼포먼스무용극 '파랑새의 꿈'이 공연됐다. 센터 봉사자들과 실제 범죄피해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무용극은 1부 블랙홀에 빠지다, 2부 트라우마, 3부 자학, 4부 치유를 주제로 이어졌다.

범죄피해자들임에도 사회의 선입견에 재발돋움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공연으로 보는 이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공연을 본 거제지부 회원은 "범죄자들에 비해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아 그들을 혼자 두는 건 우리들, 사회인 것 같다"며 "문학을 통해 범죄피해자들이 위로 받고 치유 받을 수 있도록 보다 따뜻한 문학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저녁식사와 함께 한 화합마당은 개회식에서 미처 인사하지 못한 내빈인사들의 축사와 회원들의 음악연주 및 장기자랑이 이어졌고, 참가자들의 소망을 기원하는 풍등제로 첫 날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둘째 날 오전에는 지심도에서 고영조 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의 '나의 시 이렇게 쓴다'라는 주제의 문학특강과 지심도 탐방이 진행 됐다. 이어서 거제자연예술랜드에서 예술작품 관람과 이성보 시인의 거제의 인물 및 문화역사 해설이 있었다.

오후에는 거제둔덕기성을 답사하며 고려의종이 유폐됐던 산성을 둘러보고, 청마기념관을 관람하고 청마 유치환 선생 묘소를 참배하며 제19회 거제선상문학예술축제가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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