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어구에서 ②
만리장성 어구에서 ②
  • 양일웅 명예기자
  • 승인 200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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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 선생 재조명

부자가 거지를 대할 때에 ‘나는 언제까지든지 부자로, 거지는 언제까지든지 거지로 지낼 것이다’하여 개나 돼지처럼 학대하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그의 자손이 거지 자손의 문간에서 식은밥을 구하는 날이 있는 것이외다.

저 소위 문명하였다는 영웅이나 인도인이나 애급인을 대할 때에 자기네는 특별히 고상한 민족임으로 영원히 저 야만한 민족과 같아질 날이 없을 것이니 천지개벽 때부터 문명하여 천지가 없어질 때까지 문명한 민족으로 지낼 것같이 생각하고 그네들을 무한 학대 하지만 ‘그네들은 이천년 전 인도와 애급에게서 이러한 학대를 받던 야만한 민족이었고 또 장래에 이러한 시대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그 누구나 부인할까요?

더위가 지나면 추위가 오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는 것처럼 성(盛)이 지나면 쇠(衰)가 오고, 쇠(衰)가 지나면 성(盛)이 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외다.

벗이여,

이러한 생각을 할 때마다 항상속에서 북받쳐 오르는 것은 우리 동포의 현실이오니, 천삼백년전에 천문대(경주 첨성대)를 쌓고 칠백년 전에 활자를 발명하던 우리의 선조를 생각하고, 지금의 우리 사회를 돌아볼 때와 부여, 고구려의 옛 일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여 볼 때에 아! 그 누구라서 눈이 캄캄하고 사지가 떨리는 그 무슨 회포를 금할 수 있겠삽나이까?

이 글을 볼 때에 싸이론의 영이 나를 노리어보고 ‘자유의 후손인 노예의 ○○아’라고 꾸짖는 것 같사오며, 왼차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훔쳐보면서 시를 부르고 비웃는 것 같아서 낯이 화끈화끈 하고 사지가 덜림을 금할 수 없나이다.

벗이여!

그러나 ‘낮과 밤이 서로 바뀌는 것처럼 성(盛)과 쇠(衰)가 서로서로 순환하는 것을 천지의 정당한 이치니 우리가 이렇게 된 것도 할 수 없는 일이라’하여 그저 단념하였으면 우리의 설움은 없어질까요?

또 ‘겨울이 추움은 여름이 더워질 앞 장이고, 낮이 밝음은 밤이 어두워질 장본이라’하여 우리의 현재 경우는 돌아보지 아니하고 그저 전도(前途)를 낙관하였으면 그만 될까요?’

세계 최고의 문명국이던 인도 애급 중국의 현상을 생각하고 서방 유일의 전제국(專制國)으로 불국 터키 헝가리아 등의 국민운동에 항상 제정파를 도우던 러시아의 현상을 돌아볼 때에 우리는 이 순환의 법칙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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