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지정 문화재 509호인 둔덕기성 발굴 및 복원사업(이하 복원사업)이 속력을 내고 있다. 거제시는 지난달 18일 둔덕기성 주민설명회를 통해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고 현재 성내 건물지 발굴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는 향후 망루·주차장·화장실을 설치해 문화재 복원과 관광 상품 활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둔덕면 주민들은 복원사업을 환영하면서도 임도로 남아있는 진입로 개설이 안 돼 관광지로의 입지는 아직 요원하다고 입을 모았다.
둔덕기성 발굴조사는 1999년 폐왕성지 정밀조사부터 시작됐는데 2001년에 동남쪽 성곽 56.5m를 복원했고 2008년에는 집수지 보수 및 복원이 이뤄졌다. 2010년에는 둔덕기성으로 이름을 바꾸고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됐다. 성내 건물지 조사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는데 올해는 남문지·서문지·수구지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건물지는 성내시설 중에서도 성곽을 구성하는 핵심시설이다. 2009년, 2013~2014년에 걸쳐 성내 평탄지의 일부지역에 대한 시굴 및 발굴조사를 거쳐 통일신라, 고려시대에 이르는 건물지가 밝혀졌다. 올해는 둔덕기성 내 건물지의 종합적 배치양상과 출토유물, 상호관계를 확인하고 둔덕기성 전체의 정확한 성격과 역사적 정체성을 파악하고 있다. 둔덕기성에는 총 3개소의 문지가 조성되어 있다. 동문지는 2004년과 2009년에 각각 시굴 및 발굴조사를 통해 구조와 성격이 밝혀졌다.
향후 계획은 발굴 조사 후 잔디식재가 이뤄지고 동문지와 망루 복원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1000㎡ 규모의 주차장(약 90대)과 화장실도 설치된다.
거제시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문화재 구역이기 때문에 사업진행이 더딘 점이 있다"며 "문화재의 보존과 올바른 복원을 위해 내년 예산 5억원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거림마을 제대성 이장은 진입로 개설이 제일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는 차량이 비킬만한 공간이 없어서 운행에 큰 어려움이 있다"며 "둔덕기성을 청마·산방사 비원 등을 연계할 수 있게 예산을 조기 집행해서라도 진입로 공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과 지목변경·토지보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시는 발굴비만 확보한 상태라 도로개설에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현재 도로는 임도로서 도로 개설을 위해서는 산주의 동의가 필요한데 아직 안 되고 있다"며 "예산문제는 경남도와 문화재청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예산 확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둔덕기성은 고려 의종 24년(1170년) 상장군 정중부 등이 난을 일으켜 고려 18대 의종이 폐위돼 거제도로 피난 와서 3년간 머물렀다 해 '폐왕성(廢王城)'이라고도 불린다.
둔덕기성은 거제대교에서 3㎞지점 우봉산 줄기 야산의 남-북축을 중심으로 평면 타원형의 테뫼식 산성이다. 정상에서는 육지와 거제도를 연결하는 견내량(見乃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육지로 향하는 적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고려시대에는 거제군 치소로 추정되는 기성이 주변에 위치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