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의 큰 내용은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한 주인공이 평생 추녀라고 놀림 받던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이지만 그 감정의 계기나 성장이 조금 남다르다.
어머니를 닮은 듯 한 익숙함과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현실과 스스로에게 어두울 수밖에 없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 연민으로 시작된 감정은 주위의 시선과 의문에 대한 반동으로 유지되다가 확신에서 사랑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인물들의 내면을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괴롭고 깊이 있게 묘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람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한 장 한 장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특히 '달의편지'에서 여자는 그녀가 있었던 또는 지나왔던 장소와 시간에서 자신을 부끄러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고백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가와도 현실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없었으며 결국 도망치게 되는데 여기서 독자는 현실에 지독하게 충실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단점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자기 외의 경멸의 대상을 필요로 했던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사랑이란 주제로 특히 한 여자의 고백을 통해 우리 현실의 자화상을 이토록 서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정말 읽는 내내 감정의 휴식이 필요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와 같이 소설에 선입견이 있던 독자라면 어떠한 이유로 이 책을 시작해도 좋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진정 우리가 가치를 두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게 될 것 같은 기대를 가져도 좋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고 싶은 로맨스 소설로서 읽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