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티
후드티
  • 거제신문
  • 승인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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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논설위원

2012년 3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 17세 흑인 소년이 후드티를 입었다는 이유로 마약 범죄자로 몰려 자경단원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다. 자경단이란 범죄나 화재 등 재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조직한 민간단체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이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이 국회연설 때 일부러 후드티를 입고 연단에 올라갔다가 의사당에서는 모자를 쓸 수 없다는 규정 위반으로 퇴장 당했다.

일본에서는 파카라고 부르는 후드티는 티셔츠 위에 영어로 덮개를 뜻하는 후드(hood)를 덧대어서 만든 의류다. 이 후드티에는 범죄자들이 입는 옷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후드티에 '범죄'라는 이미지가 붙게 된 것은 빠르게 늘어난 보안용 CCTV 때문이다. 얼굴이 찍히지 않으려는 범죄자들의 대부분이 후드티를 입기 때문이다.

본래 후드티는 1930년대 챔피언사(社)가 뉴욕주(州) 북부 냉동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복으로 개발했다. 추운 창고에 드나들 때 상의에 모자를 부착하여 쉽게 썼다 벗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노동자를 비롯한 저소득층의 옷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1976년 세계적으로 히트한 복싱영화 '록키'에서 가난한 주인공이 제대로 된 운동복이 없어 훈련할 때 낡은 회색 후드티를 주로 입었는데 그때부터 후드티는 '약자의 저항'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졌다.

1980년대 미국 래퍼들의 유니폼처럼 입고 무대에 서면서 후드티는 전성시대를 맞는다. 1990년대 들어 대학생들이 실외용 훈련복으로 인기를 끌면서 점차 고등학교와 중학교까지 파급되어 소위 '학생 패션'의 대표격이 되었다.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는 신분을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장소에서 후드티를 입을 경우 500달러(우리 돈 약 5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흑인 사회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후드 티는 흑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상징과도 같은데 법으로 못 입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인종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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