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어가는 가을밤이 그윽한 차 향기로 물들었다. 제9회 거제다도원 가을 달빛차회가 지난달 27일 거제관광호텔 3층 연회장에서 열렸다.
(사)한국차인연합회 거제다도원(회장 김선자)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전통다례연구가이며 서예가인 초설 옥계련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는 35명의 문하생들이 주관했다.
행사에 참석한 100여명의 다(茶)인들과 거제시민들은 행사를 관람함과 동시에 우려낸 차와 다식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차 문화의 저변확대'라는 행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행사는 헌공다례를 시작으로 선차 시연, 가족차회(전다 시연), 가루차 시연 순으로 진행됐다. 각 시연이 시작되기에 앞서 선차의 웅장함, 가족차회의 흥겨움, 가루차의 편안한 다법 등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더해져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우리 차를 알리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문하생들의 진지한 눈빛과 가늘게 떨리는 섬세한 손동작 하나하나는 시연회를 찾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선차시연에 참여한 정경희씨(59)는 "1년 동안 공부한 것을 발표하는 날이어서 설렌다"며 "오늘 행사에 참석해 준 가족, 친구들 모두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하고 이끈 옥계련 교수는 "차는 자기 다스리기다.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차를 마심으로써 내 몸과 정신과 피의 맑음이 같이 움직이면서 좋아지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서로 따뜻한 차 한잔 나누면서 '당신 마음이 내 마음에 있고, 내 마음에 당신 마음이 있다'라는 생각들을 나눈다면 우리사회가 좀 더 편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연주 일가' 가족차회 시연에서 초의 스님 역할을 맡아 도움을 준 무의사 화담 스님은 "차로 좋은 인연을 맺어온 분들의 행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좋다"라며 "차를 접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느낌은 정직"이라고 설명했다.
화담 스님은 "차는 어떤 차를 쓰느냐, 어떤 물을 쓰느냐, 어떤 사람이 다리느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런 것에서 인과가 보인다"면서 "수행하면서 가장 큰 도움이 됐던 부분 중 하나"라고 차를 예찬했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 김이지씨(36)는 "다양한 차를 체험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한복을 입고 정성을 다 하는 참가자분들에게서 새삼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