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은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협력해 신규출자와 신규 대출방식으로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산은 측은 내년까지 4조원이 넘는 누적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계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인력감축 문제다. 산은 측은 대규모 유동성 지원의 전제로 강력한 내부 구조조정이 전제 돼야 한다는 점을 못 박았다.
현재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해양플랜트 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직영 인력과 사내 외주 인력을 축소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정용석 구조조정본부장은 이날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내용을 설명하면서 "직영인력 1만3000명을 순차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1만명 이내로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직영인력은 생산직 7000여명, 사무직 6000여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구계획에서 앞으로 3년간 임원 축소, 부장급 이상 일반직 300명에 대한 권고사직, 임금피크제 강화 등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산은의 감축인원 규모는 자구계획 인원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앞서 지난달 26일 채권단에 자구계획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어떠한 경우라도 현장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우선 대우조선해양의 수익과 인력구조를 재편한 뒤 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경영정상화의 최종 목표인 민영화를 위한 매각을 위해서는 인력감축 문제를 양보할 수 없는 처지여서 양측의 극한 대립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력감축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도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산은 측은 드릴쉽을 정상적인 일정대로 건조해 인도하고, 해양플랜트 발주사와의 협상을 통해 비용 보전이 가능할 경우 내년 적자 폭이 대폭 감소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을 내놨다.
또 2016년 말까지 공사 중인 드릴쉽 등 해양플랜트 대부분이 인도될 예정이어서 2017년부터는 안정적인 영업이익 실현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가운데 세 척은 2017년에 인도되기 때문에 추가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요소는 남아있는 형국이다.
전 세계적인 조선업종 불황 가운데 현대·삼성중공업도 고부가가치 선박수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한국 조선사들끼리의 출혈 경쟁 가능성은 여전하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부갈등을 봉합하고 대규모 인력감원과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국내외 조선사들과 치열한 생존경쟁마저도 극복해야 하는 이중고를 견뎌내야만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