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전(葉錢)
엽전(葉錢)
  • 거제신문
  • 승인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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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논설위원

설날 아침이 되면 떡국을 먹는다. 떡국은 가래떡을 썰어놓은 모양이 마치 엽전을 닮아 올 한해 부자 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뭇잎 돈을 뜻하는 엽전(葉錢)이라 부른 것은, 엽전을 만들려면 먼저 거푸집을 만들고, 그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만드는데 거푸집의 모양이 마치 아카시아 나뭇잎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승가에서는 신도들이 시주하면서 어디에 써달라고 하면 그 목적으로 쓰고 남았다고 해서 그 돈을 다른 일에 쓰면 호용죄(互用罪)에 걸린다. 오로지 주어진 목적 외 쓰면 죄가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순천 송광사에 가면 일주문을 지나 두 번째 다리가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아름다운 무지개다리 능허교가 있다. 이 다리 밑에 있는 용의 조각상에 철사줄로 꿴 엽전 세 닢이 걸려 있다. 신도들의 시주로 이 다리의 불사를 마치고 나니 세 닢이 남아 다음에 다리를 고치거나 새로 놓을 때 쓰라고 매달아 둔 것이다. 세금을 공돈인양 규모 있게 쓰지 못하는 공무원들에게 교훈이 될 사례다.

엽전의 바깥모양은 둥글고 가운데는 네모난 구멍이 있다. 흔히 그 구멍으로 줄을 끼워 허리춤에 차기 쉽도록 고안한 것이라고 하지만, 본래의 뜻은 둥근 것(圓)은 하늘이요, 모난 것(方)은 땅으로, 안으로는 '반듯하게' 밖으로는 '둥글게' 살라는 인생관과 우주관이 담겨져 있다.

우리 화폐사에 가장 널리 쓰인 엽전이 조선 숙종(1678년) 때 주조된 상평통보(常平通寶)다. 언제나(常) 평등하게(平) 널리 사용되는(通) 보배(寶)라는 뜻이다. 상평통보의 원료는 구리(銅)가 주성분인데, 원료 공급이 부족하여 충분한 수량의 상평통보를 만들 수 없어 조선 후기 품질이 나쁜 엽전이 판을 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동전 중에 구형 동전은 구리(銅)65%와 아연 35%로 만들어졌다. 이 구형 동전 600만개(24톤)를 녹여 분리한 구리로 약 2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동전을 600만개나 모았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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