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회 거제시민의 날 행사 팔씨름대회에서 개인 우승과 종합우승을 차지한 지성곤씨(36·옥포2동)는 2관왕의 영광을 선친께 돌렸다.
“추석 전 부친 산소에 성묘 갔다가 말벌에 손가락을 쏘여 피가 흐르면서 주먹이 엄청 부어 완전히 주먹대장이 됐지요. 팔씨름대회에 못 나갈까봐 걱정했는데 시합을 앞두고 다행히 나아지더니 힘이 솟는 것 같았죠. 정말 벌침 효험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팔씨름왕이 된 지씨는 현재 옥포2동에서 10년째 LPG 가스배달업(중앙가스)을 하고 있다. 40㎏에 달하는 가스통이지만 지씨에게는 그저 가벼운 물통정도로 여겨진다. 한손으로도 거뜬히 가스통을 차량에 실을 정도다.
한때는 불법주차 차량(티코)으로 가스배달에 지장이 있어 힘으로 티코를 조금씩 옮기기도 했다는 지씨. 184m 키에 90kg의 건장한 체격도 타고났지만 웬만한 사람 두배 크기의 팔뚝과 주먹은 타고난 장사 체질이다. 이번 대회에 같이 출전한 형 성진씨(39)도 개인부문 3위를 차지했다.
“옥포2동이 시민의 날 행사에서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지씨는 “이번 대회 우승은 자신감과 팔씨름 자세 등 자신만의 노하우 덕분”이라고 말했다.
“팔씨름에도 엄연히 꺾기나 비틀기 등의 기술이 있다”는 지씨는 “상대가 제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잡기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자신감을 갖는다면 해볼 만한 경기가 되죠. 단번에 힘을 폭발시킬 수 있도록 적당한 자세를 잡고 어깨와 팔뚝 그리고 팔을 가능한 밀착시키는 것이 비결입니다. 물론 상대방도 그걸 알기에 잡기싸움이 대단하죠”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힘이 세다고 나서지도 않고, 팔씨름왕이라고 내세우지도 않는다. 기분이 우쭐해질 수도 있겠지만 괜히 힘자랑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해서 자숙하고 꼭 필요할때만 힘을 쓴다는 것.
팔씨름을 위해 특별히 운동하는 것은 없지만 보양식으로 개소주를 즐겨 먹는다는 지씨. 3살박이 쌍둥이 딸 아버지인 지씨는 “개소주 덕분에 대회 우승도 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쌍둥이도 얻었다”고 말하면서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하고 따뜻한 날씨로 가스사용량이 적어 가스배달업도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지만 요즘은 쌍둥이 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최근에는 대를 잇는 팔씨름 왕이 되기위해 아들을 낳아볼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며 농담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