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고온 여파로 수확된 유자에 곰팡이가 슬어 지역 농가와 가공업체가 직격탄을 입고 있는 가운데 농가와 가공업체 등이 어려움을 수습하며 재도약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때 아닌 가을장마가 막을 내리면서 지역 농협은 유자출하량 조절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고, 가공업체에서는 다시 일손을 분주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엘니뇨현상(적도지역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변화)으로 인해 최근 이상고온과 가을장마가 발생했다. 고온다습한 날씨로 수확된 유자에는 잿빛곰팡이가 급격하게 번졌다.
거제시 농업기술센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유자 생산량은 지난해 보다 27.4%늘어난 950톤으로 최대 풍년으로 파악됐지만 각 지역 농협과 가공업체에서는 지금까지 총 7200kg의 유자가 곰팡이 때문에 버려져 피해도 막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따지면 최소 피해액이 1296만원이다.
문제는 홍수출하로 일컬어지는 유자 대량 수확으로 인해 더 심해졌다. 대부분 유자 생산 농가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주말에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단시간에 수확했고 주말 유자 공급량은 40여톤으로 평일의 3배에 이르렀다. 거제지역 하루 최대 유자 가공량이 16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급하게 수확한 유자는 꼭지가 없고 상처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곰팡이포자의 침투가 용이해 이틀이면 상자 전체 유자가 곰팡이 덩어리로 변했다.
또 각 가공업체에서 유자차 시장 선점을 위해 조기 수확을 유도하면서 첫 출하시기가 10년 전부터 짧아진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청농협은 저장 공간이 없고 곰팡이 번식을 막는다는 이유로 2주 동안 수매를 중단했다. 수매는 이달 말부터 재개되고 지역별로 수확 일을 나눠 교대로 수매될 예정이다.
주영포 하청농협 전무는 "각 유자 농가에서는 생산된 유자가 팔리지 않을까 걱정해 수시로 수확해 넘기려고 한다"면서 "농협과 유자 가공업체의 저장량은 한계가 있고 그동안 날씨도 좋지 않아 곰팡이 피해가 늘어났다. 수매는 겨우내 계속 될 예정이니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각 농가에서는 출하량 조절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거제시에서 가장 큰 유자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정유자 천만복 대표는 "총 100톤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고가 있지만 하루 출하량을 감당하기엔 부족하다"며 "하루 가공량이 15톤 정도인 것을 감안해 농협과 유자반입량 조절을 협의하고 있다. 농민들 스스로 생산을 조절해 줘야 전체 유자 시장이 잘 돌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 대표는 또 "진짜 유자차 철은 이제부터 시작이니 서로 힘을 합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문 하청면 해안마을이장은 "유자 수확 시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게 따는 것이 곰팡이를 예방하는 방법인데 잘 안 지켜지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이 유자 관리에 더 신경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