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면'하면 평양냉면인가 함흥냉면인가를 따지게 된다. 그 기준은 물면 또는 비빔면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평양에 가도 '평양냉면'은 없고, 함흥에 가도 '함흥냉면'은 없다. 거기에는 없는데 남한에는 있다.
평안도식 국수의 주원료는 메밀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온돌아래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동치미국물에 말아 먹던 국수로 냉면이라 하면 바로 이 평양냉면을 말한다. 메밀이 주재료이기 때문에 면이 굵고 잘 끊어지는 특성이 있어 비빔보다는 김칫국물이나 꿩고기 국물에 말아 먹기 알맞다.
동국세시기(1849)에도 냉면은 '겨울철시식(時食)'으로 분류하고,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 얹은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동치미국수를 평양냉면이라 부른 것은 6·25 이후 평양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만든 국수를 맛본 서울사람들이 만든 말이다.
함경도식 국수는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뽑은 농마국수 위에 가자미식혜를 올린 회국수로 남한에서 함흥냉면으로 살아났다. 함흥냉면의 주재료는 전분이라 쫄깃하면서 질긴 면발과 맵고 진한 비빔장이 특징이다. 뜨거운 육수와 질긴 면발, 이마에 땀이 나도록 매운 비빔양념장은 추운 함경도에서 겨울을 이겨내는 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면을 먹을 때 면이 길고 질긴 탓에 가위로 자르는 경우가 많은 데, 우리의 전통적 관습에는 국수의 면발이 사람의 수명을 상징하기 때문에 함부로 자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지난 11월 초 북한의 대표 냉면집으로 유명한 50년 전통 '평양 옥류관'의 90세 요리사가 숨진 뒤 냉면 맛이 예전보다 못해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